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어제 감사원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자신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표적’이라며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감사원은 전씨의 근무태만 의혹 등 10여 개 항목으로 권익위를 감사한 바 있다. 감사원의 ‘전현희 복무 특별감사’는 지난 6월 결과가 발표됐지만, 전씨도 감사원장과 간부를 고발하는 등 뒷말이 적지 않은 사안이다. 정파적 입장이 반영된 데다 각 당도 논평 이상으로 관여하는 등 논란이 컸다. ‘정치 색채’가 다분한 일로 공수처가 불쑥 감사원 압수수색을 벌였으니 지켜보는 국민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공수처는 감사원을 압수수색하고 감사원은 공수처를 감사하는 식으로 국가의 유력 사정기관이 아르렁거리는 모습 자체가 볼썽사납다.

더욱이 공수처는 출범 2년을 넘겼으나 이름값 하는 수사기관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기 어렵다. 수사 능력 부족, 부실 수사, ‘정치적 편파 기소’ 비판까지 유발하면서 존폐 논란을 자초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어떤 사건에서는 의혹만 제기한 채 증거를 찾지 못해 무혐의 처분하면서 망신도 샀다. 그렇게 숱한 우려와 비판 속에 발족하고도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공수처가 권익위에도 수사관을 보냈다고 하지만, 감사원 압수수색과는 차원이 다르다. 탈원전을 비롯해 이전 정부의 탈법과 직무유기 등 여러 행정 오류를 점검해온 감사원에 대한 ‘우회적 견제’로 비칠 요인도 다분하다. 일에는 선후·경중이 있고 완급이 있다. 가뜩이나 공수처는 태생부터 여러 한계가 분명하다. 행여 여의도 정치에 물들고 휘말려선 안 된다. 문재인 정부 때 사법부 일각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치에 휘둘려 국민 신뢰가 어떻게 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