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세계 4위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에서 전기차 선두 업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스타게이저 등 현지 전략 차종이 인기를 끌면서 50년간 일본차 ‘텃밭’이던 인도네시아 자동차 시장에서 지각변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 공장을 발판으로 아세안 시장까지 공략을 확대할 계획이다.
'日 50년 텃밭' 印尼시장 갈아엎는 현대차

인도네시아 전기차 전환 가속도

5일 인도네시아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7월까지 현지에서 전기차 3913대를 판매했다. 시장점유율 56.5%로 독보적인 1위다. 지난해엔 중국 우링자동차에 이어 2위에 올랐지만 올해는 아이오닉 5 판매 본격화에 힘입어 우링(1944대, 28.1%)을 두 배 차이로 따돌렸다.

지난해부터 아이오닉 5를 현지에서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 주효했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완성차 중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것은 현대차가 처음이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준공식에서 “아이오닉 5는 인도네시아 전기차 발전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전기차 핵심 소재인 니켈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 인도네시아의 풍부한 자원을 활용해 전기차 전환 속도를 더욱 끌어올릴 계획이다. 최근 자카르타에서 열린 ‘인도네시아국제모터쇼(GIIAS) 2023’에는 아이오닉 6를 출시했다.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인도네시아에 건설 중인 배터리셀 합작공장이 내년 가동되면 현지 시장 공략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지 전기차 충전소도 늘린다. 현대차는 이날 현지 최대 유통업체인 리포몰인도네시아와 충전소 확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두 회사는 인도네시아 전역에 있는 리포몰의 대형 쇼핑몰 52곳에 충전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리포몰은 인도네시아 부동산 종합기업 리포그룹의 유통사업 부문이다.

일본차 독점 체제에 균열

현대차는 일본 업체들이 독점했던 인도네시아 자동차 시장 구도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전기차와 더불어 다목적차량(MPV) 스타게이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레타 등 현지 전략 차종도 인기를 끌면서다. 인도네시아 내 자동차 판매 순위에서 현대차는 2021년 13위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8위에 이어 올해는 6위까지 끌어올렸다.

판매 대수는 2021년 3005대에서 지난해 3만1965대로 10배 이상 늘었다. 올해 7월까지는 2만65대(점유율 3.4%)로 전년 동기 대비 48.1% 증가했다. 현지 1위인 도요타(32.5%), 다이하쓰(19.6%), 혼다(14.5%) 등 주요 업체와 격차는 있지만 일본 독주 체제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인도네시아국제모터쇼에서 이뤄진 현장 판매에서도 성과가 나타났다. 현대차는 이번 모터쇼에서 3727대의 현장 계약을 달성하며 도요타(5796대)에 이어 현장 판매 2위에 올랐다. 스타게이저가 총 1600대 팔리며 현장 판매 증가를 이끌었다. 이에 힘입어 현대차는 지상고를 높인 스타게이저 X도 라인업에 추가했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공장을 바탕으로 아세안 지역 공략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7월까지 3만114대의 인도네시아산 자동차를 아세안 등 인근 해외 시장에 수출했다. 전년 동기 대비 70.0% 늘어난 규모다. 현대차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공장은 향후 현대차의 주요 수출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 아세안 자동차 시장은 163만7226대 규모로, 전년 대비 1.2% 증가했다. 인도네시아가 30.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