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 주공 재건축이 부른 지각변동…강동갑, 與 강세지역으로 바뀌나
21대~22대 총선까지 28개 단지 입주 … 서울 최다
野 진선미 의원, 그라시움 등 고가 단지 득표율 저조
서초·강남 은퇴자들 유입 늘며 보수성향 짙어져
민주 ‘강세지역’ 강일동, 3040 입주 앞둬 ‘희망’


지난해말 이뤄진 국민의힘 서울 강동갑 당협위원장 공모에는 3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20대와 21대 총선에서 승리한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입지가 확고한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열기다.

배경에는 고덕 주공 단지 등의 재건축에 따른 아파트 대거 입주로 강동갑 지역의 정치지형이 크게 바뀌고 있다는 점이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20년 4월 21대 총선과 내년 4월 총선 사이에 강동갑에 입주하는 아파트는 28개 단지, 1만2915가구에 이른다. 단지수를 기준으로는 서울에서 가장 많다.

신규 민간 단지 중심으로 與 강세

강동갑에서 대단지 아파트 입주에 따른 효과는 21대 총선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진 의원은 56.80%를 득표해 당선됐지만 대단지 아파트에서는 유독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상일 1동과 고덕 1동 등을 중심으로 재건축을 통해 입주한 주요 대단지에서 진 의원은 고덕 그라시움(37.49%), 강동 롯데캐슬퍼스트(40.58%), 고덕 래미안힐스테이트(43.23%) 등 40% 안팎의 득표를 올리는데 그쳤다. 반면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는 60% 안팎의 득표를 했다.

해당 단지들은 집값 상승기에 전용면적 84㎡의 매매가가 최고 18억원에 이르는 등 고가 아파트들이 많다. 그만큼 자산가들이 많다보니 국민의힘 지지 성향이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고덕 주공 재건축이 부른 지각변동…강동갑, 與 강세지역으로 바뀌나
고덕 주공 재건축이 부른 지각변동…강동갑, 與 강세지역으로 바뀌나
지역의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규모 개발로 상일동 일대의 주거 환경이 바뀌면서 은퇴자를 중심으로 서초·강남 출신들이 유입되는 경우가 많다"며 "한영외고 등 자녀 교육을 위해 강남권에서 이사 오는 부모들도 늘면서 보수 강세가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강동갑은 재개발·재건축으로 기존에 거주하던 주민들이 물갈이되며 정치지형 변화폭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에서 40년 이상 미용실을 운영해온 정모씨는 "동네가 서울의 끄트머리인데다, 1980년대 후반 상계동 재개발로 이주해온 이들이 많아 호남 지역색이 강했다"며 "고덕 주공 재건축 이후로는 이같은 색깔이 상당히 옅어졌다"고 전했다.

내년 총선 이전에도 고덕자이(1824가구), 고덕강일제일풍경채(780가구) 등 고급 아파트 단지들이 입주하며 보수세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親민주 젊은층 많은 임대단지도 대거 입주

다만 민주당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중고가 단지를 중심으로 입주가 이어졌던 21대 총선 직전과는 달리, 내년 총선까지는 공공분양·임대 아파트들의 입주가 많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민주당의 강세 지역인 강일동에 아파트 입주가 집중돼 있다.

강일리버스트 4단지(1239가구)·8단지(946가구)와 강동리엔파크 14단지(943가구)는 공공분양 단지다. 민간과 공공을 합쳐 임대 아파트는 6개 단지 3910가구가 입주한다.
고덕 주공 재건축이 부른 지각변동…강동갑, 與 강세지역으로 바뀌나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공공 분양단지와 임대 아파트에는 3·40대를 중심으로 젊은층이 많아 민주당이 강세를 띌 가능성이 높다. 여권 관계자는 "상일동에서 임대 50%의 소셜믹스로 구성된 강일동으로 넘어가면 분위기가 확실히 차가워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고덕동과 상일동 일대의 민간 아파트들 역시 대부분 입주 2년을 넘기면서 세입자 거주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민주당 입장에서는 호재다. 지역 관계자는 "강동롯데캐슬퍼스트는 입주 초기에 보수 성향이 강했지만 세입자 거주 비중이 점차 높아지면서 지방선거 등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차차 높아졌다"며 "재건축을 통해 들어선 단지들에서도 이번 총선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부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주당에서는 진선미 의원이 출마해 해당 지역구에서 3선(비례대표까지 합해 4선)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여당에선 원내대변인으로 비례대표 출신인 전주혜 의원이 지난해 12월 지역 당협위원장에 선출되며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윤희석 대변인 등 다른 인사들도 출마를 노리고 있어 경선을 통해 국민의힘 후보가 정해질 가능성도 높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