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다이아몬드 같다"…청혼반지 대세 된 '인조 다이아'
지난 1년 간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실험실에서 제조한 인조 다이아몬드 공세에 밀려 수요가 감소해서다. 인조 다이아몬드 시장이 점차 확대되면서 다이아몬드 원석에 대한 수요가 더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원석 공급업체 드비어스는 웨딩 반지용 다이아몬드 원석인 '셀렉트 메이커블' 가격을 올해 7월 말 캐럿당 850달러(약 112만원)로 내렸다. 지난 7월 한 달 동안 가격을 15% 낮춘 것이다. 이 제품은 작년 6월까지 캐럿당 1400달러(약 184만원)를 웃돌았다. 1년 새 가격이 약 40% 떨어졌다.

드비어스는 다이아몬드 원석 가격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지금껏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 인하를 지양해왔다. 천연 다이아몬드 때문에 시장에선 가격하락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이 내려간 원인으로는 인조 다이아몬드 시장 확대가 꼽힌다. 인조 다이아몬드는 실제 다이아몬드가 생성되는 원리를 이용한 고열·고압 시설에서 만들어진다. 초기에는 공업용 다이아몬드를 생산하는데 쓰였다. 이후 기술 발전을 거듭하며 저가용 장신구에 적용됐다.

인조 다이아몬드가 웨딩 반지로 활용되면서 시장이 재편되기 시작했다. 1∼2캐럿 크기의 외알박이 다이아몬드 반지는 미국에서 청혼 반지용으로 인기가 높다. 수요층은 두껍지만, 구매자의 가격 민감도는 크다. 보석 판매업체들은 이러한 소비자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인조 다이아몬드 제품군을 적극적으로 확대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인도의 다이아몬드 수출액 중 인조 다이아몬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6월 9%로 불어났다. 5년 전 1%대에서 8%포인트 증가했다. 인도는 세계 다이아몬드 가공 시장 점유율이 90%에 이르는 최대 다이아몬드 가공 국가다.

소비자들도 점점 천연 다이아몬드를 인조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다이아몬드 시장조사업체 에단 골란 다이아몬드 리서치앤데이터에 따르면 천연 다이아몬드 대비 인조 다이아몬드의 판매 비중은 2020년 2.4%에서, 올해 9.3%까지 급증했다. 투자은행(IB) 리버럼 캐피털은 물량 기준으로 인조 다이아몬드의 미국 내 판매 비중이 25∼35% 수준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드비어스가 2018년 자체적으로 인조 다이아몬드를 만들어 싸게 시장에 내놓은 것도 인조 다이아몬드 시장 확대에 영향을 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드비어스가 자사의 천연 다이아몬드와 차별화를 위해 인조 다이아몬드 가격을 낮추면서 시장이 더욱 확대되는 결과를 낳게 됐다는 해석이다.

드비어스는 인조 다이아몬드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드비어스는 코로나19로 인한 보복 소비가 끝나며 천연 다이아몬드 수요가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드비어스 트레이딩 담당자인 폴 로울리는 블룸버그에 "인조 다이아몬드로 인한 '시장잠식' 효과를 부인할 수는 없다"며 “하지만 진짜 원인은 (코로나 팬데믹 등) 거시경제적 이슈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