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3월 신설 중앙과학기술위원회 구성·회의 함구
홍콩매체 "간첩 우려·군과 연계 등으로 '쉬쉬'하는 듯"
미중 경쟁 의식했나…中 새 과학총괄기구 여전히 베일에
중국이 미국과의 치열한 기술 경쟁 속 지난 3월 신설한 과학 총괄기구인 중앙과학기술위원회가 베일에 싸여있다.

신설한 지 5개월이 흘렀지만 누가 수장인지, 회의가 열렸는지, 어떤 분야를 다루는지에 대한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중국이 의도적으로 이 기구가 주목받지 않도록 조용히 운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4일 "중국의 새 과학기술 기구의 출범은 숨겨졌고 구성원들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며 중앙과학기술위원회를 둘러싼 미스터리는 이 기구가 비밀리에 운영될 것임을 예고한다고 짚었다.

이어 "분석가들은 미국과의 경쟁, 간첩에 대한 우려, 군과의 잠재적 연계 탓에 중국이 해당 기구와 과학 전략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지난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결정한 당·정 조직개편을 통해 당 중앙과학기술위원회를 신설했다.

과학기술 발전 전략 마련 및 총괄, 군·민 과학기술 융합 발전 등을 관할하는 기구다.

미국의 대중국 규제 강화 속 당이 직접 과학기술 분야를 지휘하며 반도체 등 핵심 기술 관련 돌파구 마련을 독려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양회에서 함께 발표된 다른 신설 기구들의 출범과 활동은 관영 매체에서 보도된 것과 달리 중앙과학기술위원회에 관한 소식은 지난 7월 중국 과학기술부가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위원회 관련 회의를 열었다는 사실을 사후에 공개하기 전까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과학기술부도 중앙과학기술위원회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학습회를 7월 10일 개최했다는 사실만 알렸을 뿐 누가 위원회의 수장이고 누가 회의에 참석했는지, 언제 어디서 회의가 열렸고 무엇을 논의했는지 등 다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SCMP는 "분석가들은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미국과의 경쟁 심화 속에서 중국이 미래 과학 기술 전략에 대해 계속 침묵을 유지하면서 해당 위원회를 둘러싼 비밀도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의 대중국 압박 정책, 간첩에 대한 우려, 해당 위원회와 인민해방군과의 연계 가능성 등의 요인이 중국의 침묵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과학원 셰마오쑹 선임연구원은 SCMP에 "중국은 상대적으로 적은 간섭과 장애 속에서 과학 기술 발전 의제를 밀어붙이기 위해 서방의 관심을 피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SCMP는 "분석가들은 앞서 중국이 2015년 전략 혁신 분야에서 자립을 추구하는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계획을 발표한 이후 세계적으로 우려가 퍼지면서 미중 기술 경쟁이 시작됐다고 본다"고 전했다.

다롄대 쑨위타오 교수는 "당시 과도한 언론의 보도가 미국의 과잉 해석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이 갈수록 더 간첩 활동에 대해 우려하고 있어 민감한 과학 기술 분야의 정책결정 기구에 대해 주목받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2021년 "복잡한 국제 정세에 따른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공지능(AI), 양자정보, 집적회로, 뇌과학 등 집중 과학 육성 분야를 설정하고 2035년까지 이를 위해 과학 기술 관리를 개혁하고 거버넌스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설된 중앙과학기술위원회는 정부 부처와 당 조직, 군의 협력을 이끌어야 하기에 공산당 최고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중 한명이 이끌 것으로 전망됐다.

누가 수장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 22일 중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자 공산당 서열 6위인 딩쉐샹 국무원 부총리가 과학 기술 분야의 개혁을 강조하면서 당의 지도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SCMP는 전했다.

이어 소식통에 따르면 중앙과학기술위원회가 중앙군사위원회 산하 과학기술위원회도 관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한 충성스러운 고위 기술관료들이 해당 위원회를 구성하고 국가 안보와 위원 개인의 안전을 위해 위원회의 운영에는 고도의 비밀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로켓 과학자는 SCMP에 "모든 것을 투명하게 한다면 미국이 중국의 발전을 고의로 방해하기는 매우 쉽다"며 "기술 경쟁에서 비밀은 새로운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