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에 탈퇴로 기운 듯…中 "이탈리아와 협력 깊어지는 중"
이탈리아 외교장관, '일대일로 탈퇴설' 속 내주 중국 방문
이탈리아가 중국의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탈퇴를 고려하는 가운데,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외교장관이 다음 주 초 중국을 방문하기로 했다.

중국 외교부는 1일 브리핑에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외교장관)의 초청으로 타야니 부총리가 3∼5일 중국을 정식 방문한다"며 "이 기간 양국 외교장관은 중국-이탈리아 정부위원회 제11차 연석회의에 함께 참석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과 이탈리아는 전면적인 전략적 파트너 관계로 올해 양국은 밀접한 고위급 소통을 유지하고 있고, 실무 협력과 인문 교류를 심화시키고 있다"면서 "양국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정치적 상호신뢰를 공고히 하고, 다자 협조를 강화하며, 관계의 안정적인 발전을 이끌어 함께 글로벌 도전에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일대일로(一帶一路)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을 육상과 해상으로 연결해 거대한 경제권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집권 초반인 2013년 8월 글로벌 프로젝트로 발표했다.

일대(一帶)는 중국 서부-중앙아시아-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 일로(一路)는 중국 남부-동남아시아-아프리카-유럽으로 이어지는 해상 실크로드다.

이는 중국의 '대국굴기'를 현실화하려는 대외 확장 전략으로 평가됐다.

이에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바탕으로 일본·호주·인도 등을 연결한 포위망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2019년 주세페 콘테 총리 시절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했지만, 사업 5년 차를 앞둔 올해 12월 22일까지 갱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때까지 중국에 참여 종료 의사를 통보하지 않으면 사업 참여 기간이 5년간 자동 연장된다.

현재로선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탈퇴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지난 6월 28일 하원의원들과 만나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지 않고도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며 탈퇴를 시사했고, 측근인 귀도 크로세토 국방장관은 "4년 전 참여 결정은 즉흥적이고 형편없는 행동이었다"며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미중 글로벌 경쟁·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이탈리아가 친(親)중국적 노선을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대일로 구상 발표 10주년을 맞아 올해 10월 각국 정상을 초청해 성대하게 포럼을 열려던 중국은 이탈리아의 이런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대일로 참여 개발도상국 상당수가 '채무의 덫'에 빠졌다는 비판에 미국의 견제까지 더해지면서 안 그래도 약해진 사업 동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올해 6월 류젠차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이탈리아를 찾아 의회 내 중국 우호 세력을 접촉하고 일대일로 참여 지속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외교부도 그간 "일대일로 공동 건설은 중국과 이탈리아 양국의 실용적 협력이 만든 새로운 플랫폼으로 윈윈의 성과를 냈다"며 "협력 잠재력을 더 발굴하는 것이 쌍방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