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중국 단체관광객을 태운 크루즈 상하이 블루드림스타호(2만4782t)가 제주항에 입항했다. 하선한 중국 관광객들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터미널로 이동하고 있다. 중국 단체관광객을 태운 크루즈선이 한국을 방문한 것은 2017년 3월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 정부의 ‘한한령(한류 제한령)’ 이후 6년5개월여 만이다.
“어릴 때 집에 종이가 있길래 잘라서 딱지를 만들고 놀았어. 그랬더니 형이랑 아버지가 기겁을 하는 거야. 그 종이가 그냥 종이가 아니라 추사의 글씨였던 거지. 그때 이거 역사를 몰라서는 안 되겠구나, 생각했지.”<신비 섬 제주 유산>을 쓴 역사 저술가 고진숙 씨가 제주 대정읍에서 만난 한 향토 연구자의 말이다. 제주 남서쪽 대정 지역은 조선 후기 서예가였던 김정희가 유배온 곳이다. 조선은 명나라의 형벌 제도를 가져와 중죄인을 수도에서 3000천리 밖으로 쫓아냈는데, 국토가 작은 조선에서 제주는 이 조건을 충족하기 가장 쉬운 유배지였다. 김정희를 가장 괴롭힌 건 음식이었다. 부잣집 도련님이던 그에게 제주 음식은 입에 맞지 않았다. 집안 하인들의 부지런히 서울에서 음식을 내달랐다. 그 중엔 장도 있었다. 제주는 소금이 귀해 된장도 싱거웠기 때문이었다. 그런 가운데 김정희는 진정한 예술가로 거듭났다. 고독한 유배인으로서 뼈를 깎는 자기 성찰을 통해 추사체를 완성했다. 그의 최대 걸작인 ‘세한도’도 이때 그려졌다. 다른 이들과 달리 귀양 중인 자신을 잊지 않고 챙겨준 제자 이상적을 위해 그린 그림이다. <신비 섬 제주 유산>에는 이런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저자는 제주에서 태어나 스무살에 섬을 떠났다. 그는 “제주에서 태어났지만 제주에 대해 전혀 모른 채 성장했다”고 말한다. 똥돼지가 부끄럽기도 했다. 오랜 뭍 생활로 제주가 잊힐 무렵, 다시 제주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가 어릴 적 그냥 지나쳤던 제주의 역사와 문화, 자연을 다시 새로운 눈으로 들여다본다. 미개하다고 생각했던 똥돼지 문화도 나름 이유가 있었다. 기후가 척박에 인간이 먹을 것도 모자랐던 제주에서 돼지를 키우기 위한 한 방책이었다. 현기영의 소설 <변방에 우짖는 새>에는 19세기 말 민란을 일으켜 읍내 성에 모인 한 남자의 고뇌가 나온다. 사람들이 아무 데서나 똥을 누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보기엔 자기 집 돼지가 굶고 있는데, 아까운 먹이가 막 버려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500쪽이 넘는 두툼한 책이지만 가독성이 좋다. 읽기 쉬운 편집과 구성이 눈에 띈다. 저자의 글솜씨도 한몫한다. 대학 때 천문기상학을 전공한 그는 간결하고 담담하게 설명을 이어나간다. ‘북촌리 대학살’과 같은 비극적인 사건을 기술할 때도 마찬가지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제주 올레길 해안 절벽 아래에 움막을 짓고 생활하던 이른바 '자연인' 60대 남성이 흉기를 들고 돌아다니다 인근 리조트의 조경용 대나무를 자른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3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귀포경찰서는 특수절도 혐의로 60대 남성 A씨를 구속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A씨는 지난 20일 오전 9시 11분께 서귀포 호근동의 한 리조트에서 흉기를 이용해 조경용 대나무 5그루를 잘라 훔친 혐의를 받는다.경찰은 한 호텔 숙박객의 "외돌개 산책로 입구에서 노인이 30cm 칼을 들고 대나무를 자른다고 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이후 피의자 동선 추적에 나선 경찰은 지난 28일 오후 7시 35분께 호근동 노상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A씨를 붙잡았고, 이틀 뒤 구속했다.A씨는 2003년부터 올레길 인근에 움막을 짓고 생활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지형은 절벽형 해안가로 가파른 지형을 거쳐야 도달할 수 있는 탓에, A씨 역시 이동을 위해 밧줄을 잡고 움막을 오갔다.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일정한 주거가 없는 노숙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생활 쓰레기 배출장소에서 종이나 고철을 모아 팔며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A씨는 리조트에서 훔친 대나무로 움막 주변에 그늘막을 설치하려고 한 것으로 파악됐다. 개인적 사연으로 자연인 생활을 이어가던 A씨는 해안가 인근에서 씻거나 주변 담수를 이용하고, 고철 등을 팔아 생활을 이어왔다.한편 경찰은 행정시에 A씨가 생활해 온 공간인 움막 철거를 요청할 방침이다.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