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약가인하 협상 대상에 휴미라가 빠지고 스텔라라와 엔브렐이 포함됐다. 향후 약가가 25~40% 가량 인하될 전망에 따라 바이오시밀러의 수익성이 떨어지면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동아에스티 등 국내 시밀러업계의 관련 제품 미국 공략에도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미국 백악관과 보건복지부(HHS), 공공의료보험기관인 CMS는 지난 29일(현지시간) IRA에 따라 약가 협상 대상이 되는 메디케어 지출 상위 10개 품목을 선정해 발표했다.

10개 품목을 2022년 매출순으로 나열하면 엘리퀴스(BMS·연간 118억달러), 스텔라라(J&J·102억달러), 자렐토(J&J·67억 달러), 자디앙(릴리·62억 달러), 임브루비카(애브비·58억 달러), 엔브렐(암젠·51억 달러), 파시가(아스트라제네카·47억 달러), 엔트레스토(노바티스·47억 달러), 자누비아(머크·30억 달러), 피아스프(노보노디스크·3억 달러) 등 순이다.

선정된 상위 10개 의약품은 당뇨병, 자가면역질환, 혈전용해제, 심혈관질환, 항암제 등이다. 미 정부는 약가 협상을 거쳐 2024년 9월 1일까지 협상된 가격을 발표할 예정이며 2026년 1월 법령을 발효하기로 했다. 이후엔 인하대상이 점차 확대될 예정이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메디케어 가격 협상 대상 의약품은 지출액이 가장 많은 의약품 중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이후 9년 이상 제네릭(복제약)이 출시되지 않은 합성의약품과 13년 이상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지 않은 바이오의약품이다.

이번 약가인하는 메디케어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 60년 만에 처음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약가 인하는 메디케어 Part D(전문의약품 보험) 및 Part B(의료 보험)에 해당되는 의약품이 우선적으로 대상이 된다. 2026년부터 Part D 10개 의약품에 대한 약가 인하를 시작으로 2027년 Part D 15개, 2028년 Part D 및 Part B 각각 15개, 2029년부터는 Part D 및 Part B 각각 20개 의약품으로 점차 확대될 예정이다.

미 정부 발표에 글로벌 제약업계에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10개 목록에 복수의 자사 품목 포함이 유력했던 BMS, 화이자에는 다행스러운 결과”라면서도 “복수 품목이 선정된 존슨앤드존슨(자렐토, 임부르비카, 스텔라라)은 실적에 미칠 영향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또 “J&J는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경쟁을 앞두고 있어 매출 감소를 보완할 파이프라인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고도 말했다.

바이오시밀러업계는 연매출 23조원에 달하는 미국 휴미라가 예상과 달리 10개 품목에서 제외됨에 따라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스텔라라가 포함돼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바이오시밀러업계 한 관계자는 “스텔라라가 포함될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다”고 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메디케어에서 약가 인하가 25%에서 40%까지 가능한 상황”이라며 “바이오시밀러는 이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팔아야 판매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의 스텔라라 물질특허는 오는 9월 종료되지만 이외에도 다양한 특허가 추가 등록돼 있어 바이오시밀러업체들은 개발사와 합의를 통해 출시일을 조율해왔다. 셀트리온은 18조원 규모인 미국 스텔라라 시장에 2025년 3월 진입하기위해 미국 J&J와 최근 특허합의를 완료한 바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 6월 FDA에 내년 품목 허가를 목표로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인 CT-P43의 허가 신청을 완료한 상태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지난 7월 J&J와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SB17'의 미국 특허 합의를 완료했다. 다만 출시 시기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양사가 합의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SB17'의 임상시험을 완료하고 글로벌 허가를 준비 중이다. 바이오시밀러 'DMB-3115'를 개발한 동아에스티는 지난 달 유럽의약품청(EMA)에 품목허가 신청을 완료했다. 올해 안에 미국 FDA에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시장에서 2028년 오리지널사의 특허만료를 앞둔 엔브렐 역시 국내 회사 중에선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시밀러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어 약가 인하에 따른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유럽에선 엔브렐 매출이 잘나오는 편이다.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국내 기업들도 눈에 띈다. 엄민용 현대차증권 책임연구원은 알테오젠의 수혜를 전망했다. 엄 책임연구원은 “머크의 키트루다 2028년 특허가 만료되는 데, 알테오젠이 혈관주사에서 피하주사제형으로 변경하는 기술을 머크와 진행 중”이라며 “원래 바이오시밀러 방어용인데, IRA 약가인하 방어용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장기적으로 키트루다가 포함된다면, 혈관주사제형만 약가인하에 대상이 될 것”이라며 “피하주사제형은 특정 물질이 추가로 들어가서 임상을 신규로 하기 때문에 신약으로 승인받는거나 다름없어서 약가 인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다”고 말했다.

정유경 연구위원은 유한양행의 긍정적인 반사이익을 기대했다. 정 연구위원은 “3개 품목에 대해 약가인하 협상의 부담을 안게 된 J&J가 유한양행과 레이저티닙·아미반타맙 병용요법으로 임상을 진행되는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에 좀 더 힘을 실어서, 강하게 공략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럴 경우 유한양행이 간접적인 수혜를 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8월 30일 15시 13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