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종료 앞둬 마음 급한 선수에 접근…'연봉' 수준 뒷돈 받아
檢 "상위리그 입단 경쟁 치열…요구 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
'프로축구 뒷돈' 임종헌, 선수 부모 등치고 도피한 지인과 범행
프로축구팀에 입단시켜주겠다며 선수와 가족에게서 거액의 뒷돈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임종헌(57) 전 안산그리너스FC 감독이 사기 전력으로 해외 도피 중이던 지인과 함께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조사됐다.

30일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실이 공개한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김현아 부장검사)의 공소장에는 임 전 감독의 범행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공소장에 따르면 임 전 감독의 범행은 2018년 시작됐다.

당시 임 전 감독은 '태국 1부 리그 구단의 감독을 시켜주겠다'는 에이전트 A씨의 말을 믿고 5천만원을 대가로 건넨 뒤 태국으로 갔으나 수개월째 감독직을 맡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A씨는 1995∼2004년 고등학교 축구부 감독을 지내면서 '자녀를 유명 대학 축구부에 넣어주겠다'고 학부모들을 속여 1억4천여만원을 받아 수사를 받던 중 태국으로 도피한 인물이다.

A씨는 이런 전력이 있는데도 임 전 감독에게 "국내 모 구단 관계자들과 친하다.

6천만원만 있으면 선수를 입단시킬 수 있다"고 또다시 거짓말을 했다.

검찰은 임 전 감독이 A씨 말을 믿지는 않았지만 '돈을 벌 기회'라고 판단, 선수와 가족에게 돈을 받아내 A씨와 나눠갖기로 마음 먹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임 전 감독은 국내에 머무르던 에이전트 최모(36·구속기소)씨를 통해 대학 축구팀 소속 선수의 아버지에게 접근, "6천만원이면 구단주를 아는 지인 A씨를 통해 아들을 입단시킬 수 있다"는 취지로 속이고 돈을 뜯어냈다.

'프로축구 뒷돈' 임종헌, 선수 부모 등치고 도피한 지인과 범행
그는 2018년 10월 태국 네이비FC 감독을 맡게 되자 더욱 노골적으로 선수들에게서 돈을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최씨를 통해 계약기간 종료가 다가오거나 대학 졸업을 앞두고도 팀을 찾지 못하던 선수 2명의 가족에게 접근, "네이비FC에 입단시켜주겠다"며 각각 2천만원을 뜯어냈다.

2천만원은 선수들이 네이비FC에서 받을 연봉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임 전 감독은 이 돈이 자신의 계좌로 들어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 지인은 물론 소속팀 선수 아내의 계좌까지 동원해 범죄수익을 은닉한 것으로 조사됐다.

임 전 감독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전직 연세대 축구부 감독 신모(64)씨도 데리고 있던 선수 3명이 프로구단에 입단하자 기부금·인사비 명목으로 총 6천만원을 뜯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프로구단인 K리그1, K리그2 소속 25개 팀이 한해에 새로 뽑는 선수는 각각 2∼5명에 불과한 반면 대학교, 고등학교 등에 소속된 아마추어 선수들은 약 8천∼9천명으로 입단이 매우 어렵다"며 이들이 공정해야 할 선수 선발 과정을 악용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수나 학부모로서는 상위 리그 소속 팀의 감독, 코치 등 관계자가 누구인지 알기 어렵고 직접 접촉하는 것은 더욱 어렵기 때문에 이런 관계자 등을 잘 알고 친분이 있는 선수 중개인(에이전트)의 요구나 지시에 응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임 전 감독과 최씨 등을 재판에 넘긴 뒤, 임 전 감독으로부터 감독 임명 대가로 900만원을 받는 등 선수 선발·감독 임명 대가로 약 1억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는 이종걸(61) 전 안산FC 대표이사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