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착공 이후 소송 등 우여곡절…토지 기본구상 거듭 변경
농업용지→농업·산업·관광 부지로…최근 기업 투자유치 봇물
잼버리 실패 후 기류 달라져…예산 삭감·기본계획 재수립까지
정권 바뀔 때마다 부침…착공 32년 만에 또 갈림길 선 새만금
단군 이래 최대 간척사업으로 불린 새만금 개발사업이 미래를 가늠하기 힘든 갈림길에 섰다.

정부가 새만금 간척지 개발을 위한 기본계획(MP)을 전면 재수립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새만금 기본계획은 단순히 기반시설(SOC)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사업 전체를 아우르는 표준 방침과 같아서 향후 개발 방향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계획을 검토하고 다시 짜는 데만 최소 2년 이상이 걸려 당분간 진행 중인 사업예산 지원도 불투명해 보인다.

정부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계획 재수립은 아니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반세기를 내다본 국가사업임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침을 겪은 새만금의 질곡의 역사를 되돌아봤다.

정권 바뀔 때마다 부침…착공 32년 만에 또 갈림길 선 새만금
◇ 단군 이래 최대 역사…본래 식량생산 기지
'새만금'은 전북지역 곡창인 김제 만경평야의 금만(金萬)을 본떠 새롭게 만든 지명이다.

정부가 1970년대 초반 세계적 식량 파동을 극복하고자 '옥서지구 농업개발계획'을 수립한 게 기원이다.

정부는 이 계획을 토대로 1987년 식량 자급 확대를 위해 '새만금 간척종합개발사업'을 발표하고, 관련 행정 절차를 거쳐 1991년 11월 첫 삽을 떴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140배에 달하는 4만100㏊ 부지와 담수호를 새로 만들어 개발하는 전례 없는 역사가 이때 닻을 올렸다.

당초 2004년이면 들어설 것으로 보였던 새로운 곡창은 여러 변수로 순조롭게 조성되지는 못했다.

우선 쌀 소비량 급감 등 식량 수요 변화로 간척지를 모두 농업용지로 조성하는 게 타당하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다양한 생물의 보고인 갯벌을 매립하는 사업에 대한 환경단체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 8월 사업 중단을 요청하는 취지의 소송이 제기되면서 대규모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를 맞았다.

사업 진행과 중단을 요구하는 엇갈린 목소리 속에 대법원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3월 '새만금 간척은 공익에 부합한다'는 판결로 이들의 다툼을 매듭지었다.

그 결과 2010년 전북 군산∼부안을 잇는 33.9㎞의 세계 최장 방조제가 세워졌고, 바다를 메워 광활한 땅을 만드는 단군 이래 최대 간척사업도 급물살을 탔다.

정권 바뀔 때마다 부침…착공 32년 만에 또 갈림길 선 새만금
◇ 농산업·관광 아우른 부지로…기본계획 수립·변경
방조제 공사 재개로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매립을 진행 중인 간척지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

기본적으로 간척지를 모두 농업용지로 조성해서는 안 된다는 데 여론이 모아졌고, 2007년 농업용지 72%, 비농업 용지 28%로 토지 이용구상이 변경됐다.

이후 논의를 거듭해 정부는 2008년 다시 내부토지개발 기본 구상을 바꿔 농업용지를 30%로 대폭 줄이고, 나머지 용지를 산업·관광·에너지 용도 등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같은 해 '새만금사업 촉진을 위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정부 주도 사업 추진을 위한 국무총리 소속 새만금위원회가 발족했다.

2011년에는 전체 사업 내용을 아우르는 새만금 기본계획(MP)이 확정되면서 개발 방향이 더 구체화했다.

사업 규모가 커진 만큼 기간도 대폭 늘려서 2050년까지 단계별 로드맵을 만들어 도로와 항만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도시 조성 등을 위해 수질 개선 예산을 투입하는 내용을 계획에 담았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에는 부처별로 나뉜 새만금 개발을 맡을 새만금개발청이 문을 열었고, 이듬해에는 글로벌 경제협력·자유무역 중심지 조성을 뼈대로 한 기본계획 변경도 이뤄졌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 8월에는 세계잼버리 개최지로 새만금이 확정됐고, 잼버리 용지 매립과 활용 방안 등이 기본계획에 포함됐다.

2018년에는 새만금개발공사가 설립돼 기본계획 변경에 따른 도시조성과 용지 분양, 재원 마련 등에 나섰다.

정권 바뀔 때마다 부침…착공 32년 만에 또 갈림길 선 새만금
◇ 32년 만에 비로소 빛 본 새만금…계획 변경 기로
정권이 8번 바뀔 동안 국가 주도로 이뤄진 간척사업이 비로소 빛을 본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새만금을 찾아 "기업이 바글거리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한 이후 대대적인 민간투자가 이뤄졌다.

새만금개발청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약 1년간 새만금 국가산단에는 6조6천억원 상당의 투자가 이뤄졌다.

개발청 개청 이후 9년간 투자받은 1조5천억원의 4배를 뛰어넘는 규모다.

현재까지 매립률은 목표의 절반에 못 미치는 약 43%에 그치지만, 투자진흥지구 지정을 통한 규제 완화와 속도감 있는 인프라 구축 덕에 기업 투자가 이어졌다.

새만금개발청은 투자 의향이 빗발침에 따라 최근 산업 용지 추가 확보를 위한 용역까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최근 이차전지 특화단지로도 지정돼 미래 산업 중심지 도약까지 넘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실패로 끝난 잼버리 이후 새만금을 바라보는 기류는 또 달라졌다.

착공을 앞둔 국제공항 등 SOC 적정성이 도마 위에 올랐고, 급기야 정부 예산안에서 새만금 관련 예산이 무려 70% 넘게 삭감되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와 별개로 새만금의 명확한 목표 설정을 위해 국토부와 새만금개발청에 기본계획을 다시 작성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정부에서 기본계획 변경이 몇 차례 있었으나 전북도는 예전과 달리, 대대적인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이제 막 기업 유치가 본격화한 시기에 기본계획을 변경해 SOC 등 인프라 구축 계획이 달라진다면 투자 철회 사태가 이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며 "계획이 어떻게, 어느 범위까지 바뀔지는 모르지만, 갑작스러운 상황을 마냥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정권 바뀔 때마다 부침…착공 32년 만에 또 갈림길 선 새만금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