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지출 예산을 656조9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올해보다 2.8%(18조2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총지출 기준으로 예산을 편성한 2005년 이후 가장 낮다. 문재인 정부 시절 연평균 지출 증가율(8.7%)은 물론 내년 명목성장률(4.7%)보다 낮은 긴축 예산이다.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도 건전재정 기조를 분명히 한 것이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를 열어 ‘2024년도 예산안’과 ‘2023~2027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의결했다. 예산안은 다음달 1일 국회에 제출한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경기 둔화와 자산시장 침체로 내년 국세 수입이 올해(400조5000억원)보다 33조1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재정적자를 늘리기보다 지출 증가율을 낮추는 방향을 택했다. 당초 정부 안팎에서 내년 예산 지출 증가율이 3%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실제 증가율은 2.8%에 그쳤다.

기획재정부는 모든 사업을 원점 재검토해 올해(24조원)에 이어 내년에도 23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특히 ‘이권 카르텔’로 지목된 연구개발(R&D) 예산을 올해보다 5조2000억원, 낭비성 보조금을 3조8000억원 삭감했다.

이렇게 확보한 재원은 △저소득층, 노인 등 ‘약자 복지’ 강화 △산업·기술 경쟁력 확보, 출산·양육 부담 경감 등 미래 준비 투자 △투자 활성화 등 양질의 일자리 창출 △국방·치안과 같은 국가의 본질 기능 뒷받침 등 4대 분야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정부의 감축 노력에도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92조원 수준으로 올해 정부 전망치(58조2000억원)보다 커질 전망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도 3.9%로 올해(2.6%)보다 높아진다. 정부는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해 2025~2027년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을 2.5~2.9%로 낮추고, 국가채무 비율은 2027년까지 50%대 중반 수준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전 정부가 푹 빠졌던 재정 만능주의를 단호히 배격하고 건전재정 기조로 확실하게 전환했다”고 밝혔다. 또 “선거 매표 예산을 배격해 절약한 재원으로 서민과 취약계층,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텁게 지원하겠다”고 했다.

황정환/도병욱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