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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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계속 내놓고 있지만 “‘바주카포’(대형 화력을 지닌 경제 정책을 뜻하는 말)를 쏘지 않는 한 반전은 없을 것”이라는 혹평을 받고 있다. 리창 총리와 허리펑 부총리가 방중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을 환대하며 미국과의 무역·통상 갈등을 봉합해 자국 경제에 미치는 여파를 줄이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29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류쿤 재정부 장관과 정산제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장관)은 전날인 28일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제5차 회의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 지출을 가속화하고 정책적 지원도 강화하겠다고 보고했다. 전날 중국 재무부는 중국에서 일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소득세 우대 정책을 연장하겠다는 성명을 냈다. 외국인 소득세 우대는 올해 만료 예정이었으나 2027년까지 연장된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말부터 소비 진작, 증시 활성화, 부동산 안정을 위한 각종 부양책 패키지를 꺼내 들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날 ‘창구 규제’를 통해 여러 대형 뮤추얼펀드 운용사에 자산 매각 제한 지침을 내렸다. 이날 블룸버그는 중국 국유은행들이 소비 촉진을 위해 이번주 미상환 주택담보대출(모기지)과 예금 금리를 인하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국유은행들이 정기예금 금리를 0.1~0.25%포인트가량 낮출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시장은 중국의 부양책이 강력하지 않다고 평한다. 투자은행(IB) 에버코어ISI의 중국 연구소 소속인 네오 왕 매니징디렉터는 “2008년 발표된 4조위안 규모 부양책과 맞먹는 바주카포를 쏘지 않는 한 본토 증시에서 큰 반전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경제학자들도 중국 경제를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중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는 5.1%로 직전 조사 결과인 5.2%보다 낮아졌다. 일각에선 중기적으로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3~4%대로 하락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30일까지 나흘 동안 방중 일정을 소화하는 러몬도 장관은 29일 베이징에서 리 총리와 허 부총리를 만났다. 리 총리는 러몬도 장관에게 “건전한 경제 및 무역 관계는 양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몬도 장관은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추구하거나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은 수출통제 조치와 관련한 정보 교환을 위해 차관보급 대화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날 베이징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장서우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