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골라·코트디부아르에 이어…아프리카 4팀 모두 승전고 울려
아시아, 귀화 선수까지 데려왔지만…핀란드 잡은 일본 빼고 전패
독립 12년 된 남수단·인구 56만 카보베르데…농구월드컵 첫승
나라가 독립한 지 이제 12년 된 남수단과 충청남도의 절반 면적에 56만명이 사는 소국 카보베르데가 나란히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에서 역사적인 첫 승을 거뒀다.

남수단 농구 대표팀은 지난 28일 필리핀 마닐라의 아라네타 콜리세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중국을 89-69로 꺾었고, 카보베르데 대표팀은 일본 오키나와 아레나에서 펼쳐진 F조 2차전에서 베네수엘라를 81-75로 제압했다.

두 팀 모두 이번에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다.

FIBA 랭킹은 62·64위로, 이번 대회에 나선 32팀 중 가장 낮다.

아프리카 내륙에 자리 잡은 남수단은 고(故) 이태석 신부가 의료봉사 활동을 하며 제자들을 길러낸 곳이다.

수십 년간의 내전 끝에 2011년 국민 투표를 통해 이슬람교도가 주류인 수단에서 분리 독립했지만, 이후에도 정부군과 반군 간 유혈 사태가 이어졌다.

남수단 농구가 급격히 성장한 데 가장 이바지한 인물로는 전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루올 뎅이 꼽힌다.

독립 12년 된 남수단·인구 56만 카보베르데…농구월드컵 첫승
2004년부터 2019년까지 NBA에서 뛴 포워드 뎅은 남수단 지역에서 태어났지만, 난민 신분으로 고국을 떠나 영국과 미국에서 자랐다.

은퇴 후에는 남수단농구협회 회장으로 취임해 농구 인프라 확충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NBA 휴스턴 로키츠 소속 코치이면서 남수단 대표팀도 함께 지휘하는 로열 아이비 감독은 AP통신에 "뎅은 우리의 수장이다.

그가 없었다면 우리는 여기에 오지 못했다"며 "대단한 비전을 가진 인물"이라고 말했다.

남수단 간판격인 206㎝의 포워드 웬옌 개브리엘은 지난 시즌까지 로스앤젤레스(LA) 레이커스 소속으로 NBA 무대를 누볐다.

댈러스 매버릭스·덴버 너기츠·시카고 불스 등을 거친 가드 카를리크 존스도 활약하는 등 전력이 탄탄하다.

존스는 2022-2023시즌 G리그(NBA의 하부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이런 남수단도 카보베르데에 비하면 '대국'이다.

서아프리카 대서양의 섬나라 카보베르데의 국토 면적은 약 4천㎢로, 충청남도(약 8천200㎢)의 절반이 안 된다.

독립 12년 된 남수단·인구 56만 카보베르데…농구월드컵 첫승
인구도 56만여 명에 불과하다.

서울 강서구와 비슷한 수준이다.

20득점을 올리며 베네수엘라전 승리를 이끈 윌 타바레스는 "꿈을 꾸는 것 같다"며 "우리나라, 가족에게 의미가 큰 승리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라지만, 우리도 이정표를 세웠다"고 기뻐했다.

이로써 이번 대회에 나선 아프리카 4팀이 모두 승리를 맛봤다.

코트디부아르 대표팀은 G조 2차전에서 이란을 71-69로 잡았다.

앙골라도 A조 2차전에서 필리핀을 80-70으로 격파했다.

'후발 주자' 아프리카 팀이 선전하는 반면 아시아의 부진은 심각하다.

NBA 유타 재즈의 간판 포워드 라우리 마카넨이 뛰는 유럽의 강호 핀란드를 지난 27일 98-88로 잡은 일본을 빼면 1승을 올린 팀이 없다.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의 외국 선수 오마리 스펠맨이 귀화 선수로 합류한 레바논을 포함해 아시아의 맹주 중국, 이란, 필리핀이 모두 2패를 떠안았다.

전주 KCC에서 뛴 론데 홀리스제퍼슨을 귀화 선수로 데려온 요르단 역시 그리스, 뉴질랜드에 연패했다.

제퍼슨은 뉴질랜드전 39점을 폭발했지만 패배를 막지 못했다.

독립 12년 된 남수단·인구 56만 카보베르데…농구월드컵 첫승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