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빈 등 산악인 치료 사례 국제 학술지 게재
'절단않고 치료' 산악인 중증동상 한의학으로 재생
고(故) 김홍빈 대장 등 산악인 중증 동상을 한의학으로 치료해 성공한 사례를 다룬 논문이 국제학술지에 게재됐다.

박헌주 광주중앙한의원장과 경희대 한의과대학 이상훈 교수·하서정 연구원은 미국 'SCI(E) 국제학술지 EXPLORE(IF=2.4)' 최신호에 '중증 동상에서 절단을 방지하고 조직 재생을 촉진하는 침술과 한약치료'라는 주제로 논문을 발표했다고 29일 밝혔다.

연구진은 동상 치료 관련 침술은 엔도르핀과 같은 신경 전달물질의 방출을 자극해 통증과 염증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 손상 부위로의 혈류를 증가시켜 산소와 영양공급을 원활히 하고, 혈관내피 성장인자를 자극해 새로운 혈관형성 및 조직성장도 촉진했다.

쌀알 크기의 뜸(미립구)은 순환을 개선하고 상처치유 및 조직복구를 빠르게 하고, 사혈 요법은 국소 혈액의 관류 및 진통 효과를 향상하는 효과도 냈다.

계피를 포함한 한약의 혈액순환 효과, 당귀를 주재료로 한 한방 연고의 감염 예방 및 상처치유 효과도 한몫하면서 괴사 부위의 조직 재생 및 복원 효과가 나타났다.

해당 논문은 이같은 치료법을 활용해 2010년부터 히말라야에서 중증 괴사성 동상을 입은 산악인 환자 3명을 치료한 사례를 상세히 다뤘다.

열 손가락 없는 장애인으로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천m급 14좌를 모두 완등한 고(故) 김홍빈 대장의 치료 내용도 포함됐다.

생전 김 대장은 히말라야에서 귀와 코가 동상에 걸려 절단해야 한다고 진단받았다.

동상으로 이미 열 손가락을 절단한 김 대장은 귀와 코까지 절단해야 할 경우 고글을 착용하지 못해 히말라야 등반을 계속할 수 있을지 미지수여서 산악인이자 한의사인 박 원장에 찾아가 한의 치료를 받았다.

박 원장은 1997년 세계 6위 봉 초오유(8천201m)와 2000년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천848m)를 등정한 전문 산악인 출신 한의사다.

김 대장은 한의원에서 침 뜸 한약 사혈요법 등을 시술받은 지 53일 만에 손상조직이 대부분 회복했다.

논문은 발가락 동상이 걸려 대학병원에서 부분 절단을 권고받은 27세 산악인 회복 사례, 히말라야 등정 후 10개 발가락이 동상에 걸렸으나 한방치료를 받고 회복한 46세 산악인 사례 등도 다뤘다.

논문에 게재된 3명의 사례 외에도 박 원장은 지난 10여년간 50여명의 중증 동상 환자를 치료했다.

박 원장은 "동상에 걸린 산악인들이 절단 위주의 치료로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현실이 안타까워 동상 치료를 연구했다"며 "말단 부위 조직손상이나 혈류장애가 발생하는 화상 레이노증후군 등에도 한의학 치료가 응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