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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질문이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에겐 대화가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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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e] 김용걸의 Balancer-삶의 코어를 찾는 여행
    "이런 질문이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에겐 대화가 없잖아요"
    집에 간혹 아들과 단 둘이만 있을 때면 되도록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하려한다.

    그 날도 아내가 지방 공연으로 집에 없다보니 며칠을 아들과 둘만 있게 됐고, 우리 둘은 자연스레 산책을 나갔다.

    어느 정도 걷다 보면 아들과 나 둘 사이에는 고요하고도 적막한 침묵이 흐르게 된다. 늘 그랬듯 그날도 그러했고, 그렇게 아들녀석은 (내가 예상했듯이 정확하게) 내가 그리 탐탁지 않아하는 유형의 질문을 해대기 시작했다.

    “만약 아빠에게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도 있고 다 먹을 수도 있지만 햇빛을 단 5분밖에 볼 수 없는 반 지하집이 하나 있고요, 또 다른 집은 하루 중 10시간을 햇빛을 볼 수는 있지만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도 다 먹을 수도 없는 꼭대기 층의 최고급 아파트가 있어요. 어떤 집을 선택할래요?”

    애매하면서도 괜한 고민까지 하게 되는 이런 유형의 질문을 아들에게 간간히 받곤 하는데 그럴 때 마다 이런 질문을 만들어내는 아들의 성의가 기특해 보답은 해야 할 거 같아 나름대로 고민해서 신중한 답변을 내놓는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답변을 내놓기가 무섭게 녀석은 또 다른 형태의 질문을 계속해서 던지며 나를 난처하게 만든다는 거다.

    그날은 제법 피곤했었는지,
    “왜 우리 아들은 별 의미도 없는 질문으로 아빠를 힘들게 할까?...” 라며 약간의 짜증이 섞인 말로 대답을 대신하고야 말았다. 역시나 그 대답을 들은 아들녀석은 나를 휙 돌아보며 이 말 한마디를 던져놓고 혼자서 앞질러 집으로 가버렸다.

    “제가 아빠에게 이런 질문이라도 하지 않으면 아빠와 저 사이에는 아무런 대화도 없잖아요!”

    머리를 한대 맞은 듯 멍했다. 터벅터벅 앞서 걸어가는 아들의 뒷모습만 바라보며 한참을 서 있었다.

    누구보다 멋진 아빠가 되고 싶었고 그래서 아들과 잘 지내고자 나름 최선을 다 하고 있었다고 생각해 왔으며 또한 그런 나 자신이 대견해 뿌듯해 한 적도 많았었는데 …. 오히려 아들녀석이 나와의 관계를 이끌어 나가려 나름 노력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 순간, 내가 너무도 당연하다고 믿어 왔던 나의 믿음들이 이기적인 착각일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
    "이런 질문이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에겐 대화가 없잖아요"
    반려견의 목줄을 잡은 채 아들의 뒷모습만 멍하니 보고 서있다 힘없는 걸음으로 혼자서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는데 근래 “ballet”에 대한 여러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해져 있어서 그랬는지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었다.

    “아들을 대하는 나의 생각처럼 어쩌면 'Ballet'도 내가 그렇게 이기적으로 대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고 있다 생각하는 나의 직업인 “ballet”가 나의 아들의 존재처럼 오히려 나의 삶을 이끌어 가 주고 있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내가 책임을 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로 부터 오히려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그 사실을 왜 난 몰랐을까.

    모든 일들이 순리처럼 잘 풀릴 때야 아들도, Ballet도 너무 고맙고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몰라 하다가도 일들이 맘처럼 풀리지 않을 때는 언제 그랬냐는듯 아들과 Ballet에 대한 원망이나 해대곤 했던 나 자신을 뒤돌아 보게 되었다.

    당연함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는 분명 평안함이긴 하지만 그 세 글자 속에 내재되어 있는 의미를 잘 생각해 본다면 분명 주의하며 명심해야 할 것들이 숨어 있었다.

    나의 “아들”도 나의 “Ballet” 도 그리고 나의 삶 속 모든 것들도 내가 선택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것들은 운명처럼 내 삶속으로 들어와 지금도 나를 성장시켜주고 있는 너무나 감사하고 소중한 것들이었다. 그 사실을 잊지 않으며 당연함라는 단어의 의미가 주는 진정한 의미를 매순간 되새겨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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