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유능한 민생 정당’을 기치로 대선 패배 5개월 만에 당 대표 선거에 나서는 무리수를 뒀지만 성과는 초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커지는 가운데 ‘친명(친이재명) 대 비명(비이재명)’ 간 갈등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당장 당 대표로서 가장 중요한 성과지표인 민주당 지지율이 이 대표가 당을 이끄는 동안 크게 하락했다.
이재명 1년…계파갈등·檢수사 '내우외환'

뚝 떨어진 지지율…“중도층 이탈”

지난 17일 NBS(전국지표조사)에 의한 8월 셋째주 정당 지지도에서 민주당은 23%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직전에 조사한 8월 첫째주에 이어 최저치다. 이 대표가 취임한 직후인 9월 둘째주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31%를 기록한 것과도 대비된다. 해당 여론 조사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은 이 대표 체제 출범 이후 꾸준히 하락했다.

해당 기간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답보 상태였다는 점은 더욱 뼈아프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 가운데에도 야당이 반사효과를 누리지 못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지난해 9월 33%, 이달 34%로 제자리걸음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부정 평가는 59%에서 54%로 소폭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무당층은 30%에서 35%로 높아졌다. 이를 두고 “지난 1년여간 민주당 지지층 일부가 무당층으로 이탈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생’ 사라지고 ‘사법 리스크’만 남아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77.7%의 득표율로 당 대표에 취임하면서 “재집권을 위한 토대 구축에 실패하면 제 시대적 소명도 끝난다는 사즉생의 정신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법 리스크는 끈질기게 이 대표의 발목을 잡았다.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으로 네 차례 검찰에 출두했으며 다음달엔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으로 다섯 번째 소환 조사를 받을 전망이다. 지난 2월엔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놓고 당내에서 대거 이탈표가 나오며 계파 갈등이 심해졌다. 이 같은 상황이 재연될 것을 두려워한 민주당은 ‘회기 쪼개기’로 8월 임시국회를 조기에 종료시켰지만 “체포동의안에 따른 내분을 피하겠다는 이유로 국회 일정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당 바깥의 비판이 커졌다.

당내 도덕성 논란에 대한 대처가 미진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민주당은 4월 이후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 코인 의혹’ 등으로 도덕성 논란에 휩싸였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노인 폄하 발언’ ‘초선 의원 비하 발언’ 등 잇따른 설화도 치렀다.

의문 남긴 李 리더십

이처럼 당내 갈등이 격화됐지만 당 대표로서 이를 조율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이 어려움에 빠질 때마다 윤석열 정부와 검찰을 비판했을 뿐 비명 등 다른 계파를 껴안고 가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해 12월 검찰의 야당 탄압 등을 이유로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지 않았다. 대신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권의 부당한 권력 남용이 우리 사회를 두려움과 불안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한 비명계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민주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이 대표가 책임 있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