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입사하려면?" 물었더니…챗GPT vs 클로바X 대답은 [조아라의 IT's fun]
오픈AI의 '챗GPT' 대항마로 네이버 '클로바X'가 지난 24일 공개됐다. 서구권 데이터를 대량 학습한 챗GPT와 달리 클로바X는 한국어와 문화, 법·제도를 이해하는 토종 챗봇(ChatBot)이다. 오랜 기간 네이버 검색·쇼핑·지도·뉴스 등 서비스에서 쌓인 데이터가 반영돼 있어 국내 사용자에게 최적화돼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네이버는 클로바X의 두뇌에 해당하는 대규모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한 날 클로바X 시험판을 내놨다. 클로바X는 챗GPT와 비슷한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로, 창작·번역·추론·코딩 등 다양한 영역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 챗GPT와 클로바X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직접 비교해 봤다.

삼성 입사하려면? '챗GPT' 일반론…'클로바X' GSAT 언급

 지난 25일 챗GPT와 클로바X를 직접 사용하면서 비교해 봤다. 이미지=조아라 기자
지난 25일 챗GPT와 클로바X를 직접 사용하면서 비교해 봤다. 이미지=조아라 기자
챗GPT에 "삼성전자에 입사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해?"라고 묻자 무려 3900자에 달하는 방대한 조언을 쏟아냈다. △회사 조사 △경력 사항 정리 △입사 지원서 확인 △ 자기소개서 준비 △면접준비 △지원분야 조사 △회사문화 △소통 연습 △면접복장 등 총 14가지 과정이 담긴 내용이었다. 다만 기업에 대한 구체적 정보가 담긴 내용보다는 어느 회사에나 다 적용할 수 있는 '일반론'을 안내했다.

같은 질문을 클로바X에게 물어보자 짤막하게 △서류전형 △직무적성검사(GSAT) △면접전형 세가지 준비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뒤 "삼성전자 채용은 계열사와 직무별로 요구되는 어학 스펙이 다를 수 있으므로, 지원하고자 하는 계열사와 직무를 확인해 어학 스펙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업무 특성상 문제 해결하는 경우가 많고 다른 부서와 협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팀원들과 함께 큰 프로젝트를 진행한 수업이나 경험 등도 챙기면 좋다"고 답변했다.

클로바X의 답변 분량은 챗GPT의 10% 정도(약 350자)였지만, 삼성이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GSAT과 반도체 업무 특성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보다 양질의 대답을 내놨다고 할 수 있었다.
 지난 25일 챗GPT와 클로바X를 직접 사용하면서 비교해 봤다. 이미지=조아라 기자
지난 25일 챗GPT와 클로바X를 직접 사용하면서 비교해 봤다. 이미지=조아라 기자
이어 챗GPT에 "환갑을 맞이한 어머니에게 감동적인 편지 써봐"라고 하자 '사랑하는 어머니에게'라는 표현으로 시작해서 "어머니의 사랑은 오늘 제 모습을 만들어주셨습니다. 어머니의 지혜와 인내는 저를 지탱해 준 기둥입니다. 특별한 어머니가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글귀를 적어냈다.

클로바X는 '어머니께'라는 편지에서 "어머니께서 지금까지 저희 가족을 위해 많은 희생과 노력을 해주신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희를 위해 항상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주시고, 저희가 아플 때는 항상 걱정해 주시고, 저희가 어려울 때는 항상 도와주셨습니다. 어머니의 사랑과 헌신 덕분에 저희 가족은 항상 행복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어머니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어머니를 사랑하고 존경합니다"라고 썼다.

이 역시 클로바X가 챗GPT보다는 더 한국식 정서에 맞춤한 편지를 작성했다. 한국어에 특화돼 있어 문구 작성은 무난한 수준이었으나 사람이 쓰는 편지만큼 감동을 주진 못했다.

국정능력 평가 질문에…文 언급한 챗GPT vs 클로바X "대답 못해"

 지난 25일 챗GPT와 클로바X를 직접 사용하면서 비교해 봤다. 이미지=조아라 기자
지난 25일 챗GPT와 클로바X를 직접 사용하면서 비교해 봤다. 이미지=조아라 기자
'한국 대통령의 국정수행 능력을 평가해달라'는 지시에 챗GPT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남북관계에서 북한에 포용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증진을 목표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진전이 있었지만 북핵 문제의 완전한 해결은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중소기업 지원책과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했으나 코로나19 영향으로 상당한 장애가 있었다"고 답했다.

챗GPT는 2021년까지의 데이터를 반영하기 때문에 최신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 따라서 답변은 비교적 구체적이었지만 내용은 과거 시점으로 제한됐다.

네이버의 클로바X의 경우 최신 데이터가 반영됐으나 민감한 질문은 피해 갔다. 클로바X는 "저는 정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한국 현 대통령의 국정 수행 능력을 평가할 수 없다"고 선을 그은 뒤 "개인적인 의견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여러 언론 매체와 전문가들의 평가를 참고해 판단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정책의 성과 △경제 성장률 △안보와 외교 △국민의 지지율 등 요소를 고려해 판단하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3월 28일 오후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향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3월 28일 오후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향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클로바X는 최신 뉴스 등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현재 대한민국 대통령은 윤석열"이라며 검찰총장 출신으로 임기는 2027년 5월9일까지라고 하는 등 신뢰성 높은 대답을 제공했다.

앞서 챗GPT가 실제 있었던 일처럼 답변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세종대왕 맥북 던짐 사건(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일화로, 15세기 세종대왕이 훈민정음 초고 작성 중 담당자에게 분노해 맥북프로와 함께 그를 방으로 던진 사건)'에 대해서 클로바X는 "세종대왕은 조선시대의 왕으로, 맥북을 사용하거나 던진 적이 없다"고 했다. 같은 질문을 챗GPT 하자 이번엔 "세종대왕이 맥북을 던진 사례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도 없다"고 답변했다. 최신 정보 반영은 어렵지만, 학습을 통해 개선된 모습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력서 파일 주면 모의면접 제공…렌터카 예약·검색도 '척척'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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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챗봇을 비교한 결과, 국내 사용자에 한해서는 외산 챗GPT보다는 네이버의 클로바X가 더 유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네이버는 검색·예약·쇼핑·결제 등 사용자 온·오프라인 '연결'에 능하다는 점에서 향후 다양한 연관 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클로바X에는 네이버 쇼핑과 여행 기능이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로 연결돼 있다. 네이버는 향후 이미지와 영상, 소리까지 인식 가능한 멀티모달(시각·청각 등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주고받는 것) 기능을 도입해 네이버 내 여러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기술 총괄은 지난 24일 '팀 네이버 콘퍼런스 단 23'에서 클로바X에 대해 "한국 문화적 맥락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라면서 "자기소개서 파일 올리면 모의 면접도 가능하고, '아이와 함께 타면 좋은 렌터카'를 검색하면 추천부터 예약까지 돕는 기능이 제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용자가 생각하는대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클로바X를 빠르게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여러분들의 피드백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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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클로바X에 적용되고 있는 LLM은 '하이퍼클로바X'다. 2021년 첫 출시한 하이퍼클로바를 고도화한 것으로, 매개변수(많을수록 풍부한 언어 구사)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한국어 학습량은 챗GPT3보다 약 6500배 많다. 오픈AI의 ‘GPT’, 구글의 ‘팜2′, 메타의 ‘라마’ 등 해외 빅테크들의 거대 언어 모델(LLM)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가운데 토종 기술이란 점에서 업계 시선이 쏠린다.

네이버는 다음달 하이퍼클로바X를 적용한 새로운 검색 서비스 ‘큐(CUE):’의 시험판을 시작으로 기업들을 위한 맞춤형 AI 개발도구 '클로바 스튜디오', 창작자, 광고주 등을 대상으로 글쓰기를 돕는 도구 '클로바 for Writing'와 광고 상품 '클로바 for AD' 등 여러 연관 서비스를 고도화할 예정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생성형 AI라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며 "네이버의 전략이 AI 시대에도 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미지=네이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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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