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 위탁 서비스기관을 통해 일하는 아이돌보미를 근로자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처음 나왔다. 아이돌보미 수당 인상 요구로 이용자와 지자체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광주 아이돌봄 서비스기관과 계약을 맺고 근무해온 아이돌보미 163명이 서비스기관을 상대로 청구한 임금 소송에서 원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아이돌봄 서비스는 ‘아이돌봄 지원법’에 따라 국가와 지자체가 가정의 육아를 지원하는 제도다. 여성가족부에 서비스를 신청하면 거주지역에 있는 서비스기관이 아이돌보미를 신청 가정에 보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서비스기관은 지자체가 지정하고 아이돌보미 수당은 이용자가 낸 이용료와 정부 지원금을 합쳐 산정한다. 서비스기관이 이용자에게 이 금액을 지급한다.

아이돌보미들은 재판 과정에서 “우리는 서비스기관과의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3년 1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발생한 연장·야간·휴일수당, 주휴수당, 연차수당을 지급해달라고 요구했다. 서비스기관들은 “돌보미는 종속적으로 일한 근로자가 아니며 설령 근로자라고 해도 해당 업무를 위탁·배정한 각 지자체를 사용자로 봐야 한다”고 맞섰다.

아이돌보미들은 1심에서 승소했지만 2심에선 패소했다. 당시 2심 재판부는 “표준계약서에 따르면 서비스를 신청한 가정과 연계할지 선택하는 것은 아이돌보미”라며 “이들은 서비스기관으로 출퇴근할 의무도, 본인 의사에 반해 근로를 제공할 의무도 없으며 근무시간과 장소가 구속되지도 않는다”고 판단했다. 아이돌보미 사용자도 각 지자체라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여가부의 ‘아이돌봄 지원사업 안내’가 복무를 규율하는 일종의 지침”이라며 “기관이 활동일지 점검을 통해 근태를 관리했다”고 했다. 이어 “배정된 뒤에는 정해진 시간·장소에서 근로를 제공해야 했고 임의로 변경하는 것도 불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서비스기관을 두고는 “이용 가정을 배정하는 주체로서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했기 때문에 사용자가 맞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아이돌보미의 추가수당 요구로 아이돌봄 서비스 이용 요금이 다소 오를 가능성이 거론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현재 아이돌보미 2500여 명이 똑같은 쟁점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며 “아이돌보미가 연이어 승소한다면 인건비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