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 독살'에 이어…의문의 죽음 맞은 푸틴의 정적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탑승한 전용기가 23일(현지시간) 추락해 전원 사망한 사고가 발생하자 단순 항공사고가 아닐 수 있다는 추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프리고진이 지난 6월 말 무장 반란을 시도하다 중단한 이후 그의 신변에 위협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아서다.

이날 러시아 항공당국은 프리고진이 추락한 비행기에 탑승했던 사실을 확인했다. 생존자가 없는 사고라는 점에서 프리고진의 사망은 확실시된다.

비행기가 추락한 경위는 구체적으로 규명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배후가 있는 사건일 수 있다는 추정을 내포한 말들이 벌써 돌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보고를 받고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지만 난 놀랍지 않다"고 했다.

그는 "난 답을 알 만큼 충분히 알지 못한다"면서도 "러시아에서 푸틴이 배후에 있지 않은 일은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프리고진이 무장반란을 시도한 직후부터 그의 신변이 우려스럽다는 관측은 끊이지 않았다. 그가 반란을 접고 러시아에서 나와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의 한 호텔에 묵었는데, 창문이 전혀 없는 방이었다는 소문이 돈 적이 있다.

당시 마크 워너 미국 상원 정보위원장은 "정말 창문 없는 호텔에 묵고 있다면 프리고진이 푸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푸틴과 충돌한 많은 러시아인들이 건물에서 불가사의하게 떨어져 숨졌다"고 언급했다. 프리고진이 건물 추락사를 우려해 창문 없는 방에 묵고 있다는 추정을 담은 말이다.

이런 추정을 억측으로만 볼 수 없는 것은 푸틴 정권에 반기를 들었거나 대립각을 세웠던 인사들이 의문사한 사례가 그간 여러 차례 발생했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을 배후로 의심하는 암살설은 2006년 6월 발생한 '홍차 독살 사건'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영국으로 망명한 전직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가 한 호텔에서 전 동료가 전해준 홍차를 마시고 숨진 사건이다.

문제의 찻잔에서는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기 어려운 방사성물질인 폴로늄이 발견됐다. 생산·유통·보관이 극도로 어려운 독성 물질이 사망 요인으로 지목됐다는 점에서 러시아 당국의 연루 의혹이 강하게 일었다.

같은 해 10월 7일에는 야권 지도자였던 안나 폴릿콥스카야가 자택으로 가는 아파트 계단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일은 푸틴 대통령의 생일이기도 했다. 안나 폴릿콥스카야는 러시아군의 체첸 주민 학살을 고발했던 언론인 출신이다.

2013년에 발생한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의 사망 사건 역시 의문사로 남아 있다.

영국으로 망명했던 베레조프스키는 런던 부촌의 자택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자신의 자동차에 설치된 폭탄이 폭발해 운전사가 숨지는 등 여러 차례 암살 위기를 넘긴 적도 있다.

2015년에는 보리스 넴초프 전 총리가 모스크바 한복판에서 괴한들의 총에 맞아 숨졌고, 지난해 9월에는 러시아 최대 민영 석유업체인 '루크오일'의 라빌 마가노프 회장이 모스크바의 병원에서 추락사했다. 마가노프 회장은 작년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시형기자 jsh1990@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