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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는 앞이 둥글다. 왜 전투기처럼 앞을 뾰족하게 만들지 않을까. ‘우리를 날게 한 모든 것들의 과학’이란 부제를 단 <플라잉>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담은 책이다. KAIST 항공우주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저자가 비행기에 관한 과학을 어렵지 않게 설명한다.

비행기 코가 둥근 이유는 공기저항 계수가 가장 작기 때문이다. 0.05~0.1 정도다. 뾰족한 삼각형 모양은 0.17로 오히려 더 높다. 저자는 이를 ‘형상저항’과 ‘점성저항’으로 설명한다.

형상저항은 물체의 모양에 의해 발생하는 저항이다. 우산을 활짝 펴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방향으로 걷는 것이 우산을 반쯤 접고 걷는 것보다 힘든 이유다.

그런데 공기도 다른 유체처럼 점성이 있다. 물체의 표면에 달라붙어 물체와 한 몸처럼 움직인다. 그러면서 저항을 만들어 낸다. 자동차 표면에 먼지가 달라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 것도 점성저항 때문이다.
전투기와 달리 여객기 앞은 왜 뾰족하지 않고 둥글까? [책마을]
비행기의 뾰족코는 형상저항에 유리하다. 대신 길어진 코로 인해 더 많은 공기가 달라붙는다. 점성저항이 높아진다. 반면 둥근 코는 형상저항은 불리하지만 짧고 뚱뚱한 덕에 달라붙는 공기를 줄일 수 있다.

그렇다면 전투기의 코는 왜 뾰족할까. 음속을 돌파할 땐 또 다른 일이 일어난다. 보통의 비행기는 공기를 밀어내며 날아간다. 전투기는 공기와 직접 맞부딪힌다. 속도가 너무 빨라 공기가 밀려나기도 전에 부딪히는 것이다. 그때 발생하는 충격파 저항을 줄이기 위해 뾰족코를 달게 됐다.

책은 비행기가 날 때 구름이 생기는 이유, 왜 비행기 꼬리는 뾰족하게 만드는지, 비행기 엔진이 점점 크고 무거워지는 이유 등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담았다. 대중을 겨냥한 과학서지만 제법 깊이 있고 탄탄한 과학 지식을 제공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