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상식 고객 다소 줄었지만 제도 역이용 블랙컨슈머 '여전'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직원들 "배려하는 마음 가져주세요"
[※ 편집자 주 = '공항'은 여행에 대한 설렘과 기대로 충만한 공간입니다.
그중에서도 제주공항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그 의미가 각별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지나 엔데믹(endemic·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으로 이어지는 이 시대에도 '쉼'과 '재충전'을 위해 누구나 찾고 싶어 하는 제주의 관문이기 때문입니다.
연간 약 3천만 명이 이용하는 제주공항. 그곳에는 공항 이용객들의 안전과 만족, 행복을 위해 제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비록 눈에 잘 띄진 않지만,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며 제주공항을 움직이는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 이야기와 공항 이야기를 2주에 한 차례씩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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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다녀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용해봤을 법한 제주공항 면세점. 관광객의 쇼핑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면세점은 1년 365일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룬다.
수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공간인 만큼 면세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다양한 유형의 고객을 접한다.
그 속에서 일하는 공항 면세점 사람들의 속사정을 들어본다.
◇ 공항 면세점 21년 "이런 일도 있었다" "2002년 11월 11일 입사했어요.
그리고 한 달 뒤 제주공항에 면세점이 오픈했지요.
" 지난 9일 제주공항에서 인터뷰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면세사업본부 영업처 이선정 차장은 입사 후 모든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듯했다.
오픈 당시 면세점 입구에서 10명씩 한 조를 이뤄 "안녕하십니까 고객님!"을 외치며 손님을 맞이했던 그 순간을 기억하며 살짝 얼굴을 붉혔다.
해외 여행할 때만 이용할 수 있었던 면세점은 지난 2002년 12월 24일 제주공항과 제주항에 JDC 면세점이 문을 열면서 국내 여행객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일명 '지정면세점'이다.
2002년 제주 여행객에 대한 특례규정이 신설되면서 항공기나 선박을 이용해 제주에서 타지역으로 가는 국내외 관광객 또는 제주도민 등이 이용 가능하다.
보통의 면세점은 관세법에 따라 설치·운영되지만,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후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근거해 제주에는 공항 지정면세점과 시내 지정면세점이 운영되고 있다.
제주공항 지정면세점은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JDC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 있는 시내 지정면세점은 제주도 산하 지방공기업인 제주관광공사(JTO)가 운영하고 있다.
20년 넘게 제주공항 면세점에서 근무한 이 차장은 "면세점 초창기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며 각종 에피소드를 쏟아냈다.
상당수는 면세점 물건을 살 때 신분증과 항공기 탑승권을 제시해야 하는 절차가 익숙하지 않아 생기는 작은 오해에서 비롯됐다.
그는 "(규정상) 양주든 담배든 본인이 직접 신분증과 탑승권을 제시하고 (본인 카드 또는 현금으로) 구매해야 하는데 이를 불쾌하게 여겨 불같이 화를 내거나 (동행한 가족의 항공권으로 구매하면서 당사자가) '짐을 지키느라 멀리 탑승게이트 앞에 앉아 있다'며 못 오겠다고 떼를 쓰는 손님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직원이 해당 손님이 있는 게이트 입구까지 직접 가서 신분을 확인하는 방법밖에 없다.
또 구입한 물건을 매장에 두고 가는 손님들도 많다.
이때는 면세점 직원들이 탑승구 앞에서 대기하며 전달하거나 이륙 직전 비행기 안으로 들어가 고객에게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지금은 항공보안법이 강화돼 면세점 직원이 비행기 안으로 들어가 전달하는 건 불가능한 얘기지만 면세점 초창기만 하더라도 이 같은 일이 종종 있었다.
심지어 제주항 면세점에서는 직원이 물건을 전달하러 배 안으로 들어갔다가 목포행 배가 출발하는 바람에 지갑도 개인 소지품도 없이 타지에서 하룻밤 자고 왔다는 일화는 JDC 면세점에서 전설(?)처럼 전해오는 유명한 얘기다.
면세점 특성상 물품이 고객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구매를 취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직원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전달해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다.
면세점에서 쇼핑하느라 비행기 출발 시간이 된 줄도 모르고 비행기를 놓치는 고객도 종종 있다.
법률상 보세구역인 면세점 안에는 면세점 직원이나 항공기 탑승권을 가진 승객 외에 다른 항공사 직원 등이 들어갈 수 없고, 항공사의 안내 방송도 나오지 않는다.
이 탓에 항공사 직원들은 간혹 허가를 받아 면세점 안으로 들어가 가까스로 승객을 찾아 비행기에 태우는 일도 있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공항 면세점은 제주를 찾은 유명 연예인들의 피신처가 되기도 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면세점 초창기에는 19세 이상 내외국인만 입장할 수 있도록 규정했기 때문에 청소년들은 들어가고 싶어도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이러한 규정으로 유명 연예인들은 제주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려다 극성 청소년 팬을 만나면 성급히 면세점 안으로 들어가 몸을 숨기기도 했다고 한다.
◇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면세점 직원들 하루에 수많은 사람이 면세점을 이용하는 만큼 직원들은 다양한 유형의 고객을 접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욕설과 폭언, 갑질 등 다양한 형태의 횡포를 견디며 극심한 감정노동에 시달린다.
신분증과 탑승권을 보여달라는 요구에 "너희들이 뭔데 신분을 확인하느냐",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구매 한도는 왜 확인하는데!", "자세가 뭐냐!"는 등의 불만과 폭언을 듣는 경우는 흔한 일이다.
또는 "내가 누군지 아느냐", "내가 ○○○를 잘 안다"며 사회지도층 이름을 거론하면서 갑질을 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불친절 또는 응대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직원을 무릎 꿇게 한 뒤 사과를 요구하거나 심지어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조현병이나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는듯한 한 고객은 다짜고짜 막대기 같은 걸 들고 면세점 양주 코너로 가선 양주병을 차례로 긁고 지나가며 깨트린 일도 있었다.
일회용 봉투나 쇼핑백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이 금지된 이후에는 수십만원 상당의 고가의 물건을 사놓고도 50원 봉투값 때문에 반품하는 경우도 있다.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환불하거나 "내가 발렌타인 30년을 샀는데 봉투 하나 못 주냐. 술병이 깨지면 너희들 책임"이라고 항의하는 고객 등 다양하다.
대부분 사소한 오해 또는 규정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빚어진 일이었다.
이선정 차장은 "정말 상식 밖의 고객들이 많았다.
한참 뒤지만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생기고 캠페인 등이 이뤄지면서 차츰 몰상식한 손님들도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진상 고객은 있다.
JDC 면세사업본부 영업처 변희선 과장은 "상식 밖의 고객은 좀 사라졌지만, 오히려 제도 등을 역이용하는 블랙컨슈머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면세점에서 규정상 이유로 환불해주지 않거나 사은품을 주지 않을 경우 소비자들이 회사 홈페이지에 담당자의 실명을 거론하며 문제를 제기하거나 같은 내용을 제주도청 또는 한국공항공사,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 등에 주기적으로 꾸준히 올리는 경우다.
심지어 코로나19 때는 보건소에 관련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이 차장은 "면세점에만 1천명이 넘는 많은 직원이 근무한다.
저희 직원들을 배려하는 마음을 좀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며 "면세점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건 항상 찾아주시는 고객들 덕분이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정면세점은 개인이 연간 6차례에 걸쳐 본인 신분증과 탑승권을 소지해야 이용 가능하다"며 "구매한도는 1인 1회 800달러다.
구매한도에서 제외되는 술과 담배는 각각 2병, 1보루 내에서 살 수 있다"고 거듭 설명했다.
항공기에서 승무원을 불법 촬영한 60대 중국인 관광객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법 형사2단독 배구민 부장판사는 최근 성폭력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중국인 60대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A씨는 지난해 9월 9일 오후 1시께 베이징에서 제주로 향하는 한국 국적 항공편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승무원 신체를 여러 차례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A씨는 재판에서 "예뻐서 촬영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A씨 측 변호인은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이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한 탓에 들뜬 기분에 범행하게 됐다"며 선처를 호소했다.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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