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은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에 백화점 업계 최초로 공식 파트너로 참여했다. 사진은 프리즈 서울 2023 신세계 라운지, 사진=신세계
신세계백화점은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에 백화점 업계 최초로 공식 파트너로 참여했다. 사진은 프리즈 서울 2023 신세계 라운지, 사진=신세계
가을을 앞두고 유통가가 ‘아트 마케팅’에 들썩이고 있다. 다음달 열리는 세계 양대 아트페어(미술품 장터) 중 하나인 '프리즈 서울'과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를 계기로 미술에 관심이 쏠린 데다 관련 시장 호황으로 관심이 모이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가장 적극적으로 아트 마케팅에 나선 곳은 백화점 업계다. '돈이 되는' 미술 시장의 주류 소비자는 백화점 VIP 고객과 겹친다. 최근 미술시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타고 고성장하고 재테크 시장으로 편입되면서 미래 소비자인 2030 세대 관심도 높아진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신세계그룹 계열 신세계백화점은 올해로 2회를 맞는 프리즈 서울에 백화점 업계 첫 공식 파트너로 참여했다.

신세계백화점은 프리즈 서울 전시 현장에서 한국의 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을 담은 '신세계 라운지'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라운지에서는 다양한 아트 컬렉션을 신세계백화점의 주얼리 브랜드 '아디르', 신세계인터내셔날 화장품 브랜드 '뽀아레' 대표 상품과 함께 전시한다. 해당 라운지는 사전 초청된 우수 고객에 한해 이용이 가능하다.

신세계백화점은 1963년 업계 최초로 백화점에 갤러리 공간을 선보인 후 꾸준히 문화예술 사업을 해왔다. 2020년에는 신세계 강남점에 업계 최초로 회화·오브제·사진·조각작품 등 200여 점을 전시 및 판매하는 '아트 스페이스'를 마련했다. 아울러 편집숍인 ‘분더샵’ 청담에 신세계갤러리를 열고 다음달 6일부터 작가 리크리트 티라바니자의 개인전을 열기로 했다.
현대백화점은 다음달 3일까지 판교점 10층 문화홀에서 체험형 미디어아트 전시 '디어 어스 : 타임 워커(Dear Earth : Time Walker) 시간을 걷는 자'를 진행한다. 사진=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은 다음달 3일까지 판교점 10층 문화홀에서 체험형 미디어아트 전시 '디어 어스 : 타임 워커(Dear Earth : Time Walker) 시간을 걷는 자'를 진행한다. 사진=현대백화점
신세계뿐 아니라 주요 백화점들은 아트 마케팅에 발 벗고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8일부터 작가 앤디 리멘터·아방·카아민 등 세 명의 아티스트 예술작품을 활용해 백화점 내·외부 연출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이 여러명의 아티스트들과 동시에 시즌 비주얼 머천다이징(Visual Merchandising·VM)을 협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VM 연출뿐 아니라 서울과 부산, 경기도에 위치한 다양한 점포에서 아티스트별 작품 전시회를 진행하고 아트 콘텐츠를 활용한 다양한 이벤트도 선보인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예술 콘텐츠를 소비하는 문화가 성장하며 대중화된 점을 고려해 (가을 VM을) 고객이 다양한 아티스트의 작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소개했다. 앞서 롯데백화점은 지난 5월 시그니엘 부산에서 ‘롯데아트페어부산 2023’을 개최하는 등 꾸준히 문화예술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 작가 앤디 리멘터의 작품. 사진=롯데쇼핑
사진은 미국 작가 앤디 리멘터의 작품. 사진=롯데쇼핑
현대백화점도 다양한 전시와 행사로 '아트 경영' 행보를 펼치고 있다.

MZ(밀레니얼+Z) 맞춤형 큐레이션 전략으로 성공한 더현대서울의 문화복합공간 '알트원(ALT.1)'이 대표적이다.
알트원은 개관 2년 만에 60만명 이상의 방문객을 동원해 화제가 됐다. 최근에는 프랑스 3대 미술관 중 한 곳인 조르주 퐁피두 국립 예술 문화 센터와 손잡고 프랑스 현대미술 라울 뒤피의 전시회를 다음달 6일까지 운영한다.

현대백화점은 "알트원이 백화점 안 미술관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전문 시설과 높은 접근성으로 전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퐁피두 센터 전시 유치까지 성공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라고 설명했다.
더현대서울 알트원의 '프랑스국립현대미술관전 : 라울 뒤피, 행복의 멜로디' 전시 포스터. 사진=현대백화점
더현대서울 알트원의 '프랑스국립현대미술관전 : 라울 뒤피, 행복의 멜로디' 전시 포스터. 사진=현대백화점
호텔업계 역시 연계 패키지 상품인 '아트캉스'(아트+호캉스) 출시로 아트페어를 반기고 있다.

롯데호텔이 운영하는 시그니엘 서울은 프리즈 서울 입장권을 포함한 패키지 상품을 내놨다. 객실 1박과 동반 1인까지 입장 가능한 프리즈 서울 VIP 패스 1매로 구성했다. 서울신라호텔도 프리즈 서울 VIP 패스를 제공하는 패키지 상품을 내놓고 투숙객에게 신라호텔 파티쉐가 프리즈에 전시될 예술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초콜릿을 증정하기로 했다. 1층 로비에는 이배 작가의 ‘붓질 시리즈’ 신작 2점을 전시하며 프리즈 서울 맞이에 나선 모습이다.

패션업계에선 MCM이 프리즈 서울 기간에 맞춰 청담동 MCM 하우스에서 의자를 매개로 한 디자이너 잉카 일로리의 업사이클 프로젝트 ‘MCM X 잉카 일로리’ 아트 전시를 운영한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의 경우 신세계그룹의 패션 플랫폼 W컨셉이 프리즈 서울의 공식 파트너가 됐다. W컨셉은 자체 라운지를 마련하고 국내외 아티스트와의 협업 전시, 체험공간 등을 선보인다.

김민영 W컨셉 마케팅담당은 “최근 국내에서 2030을 중심으로 아트페어나 전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공식 파트너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