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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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재학 중인 김모 씨는 지난달부터 현직 변호사에게 천만원대 고액 과외를 받고 있다. 김 씨는 “로스쿨생 대부분이 학원에 다니거나 개인 과외를 받는다”며 “학교 수업만으로 시험에 합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경력을 가진 법조인을 키우기 위해 도입된 로스쿨이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합격률이 줄고 경쟁은 치열해지면서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합격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고 입 모은다. 일부 로스쿨에선 변호사 시험 학원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국 25개 로스쿨 간 협의체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법전협의회)에 따르면 변호사 자격 취득에 들어가는 비용은 2020년 기준 1억9250만원이다. 입학 준비에 2560만원, 학비 4810만원, 생활비 4930만원 등이다. 로스쿨에 다니면서 따로 사교육을 받아 지출되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한 해 1억원씩 들어간다는 말도 나올 정도다.

변호사 시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액 과외도 우후죽순 늘고 있다. 매일 4~5시간씩 일대일 지도를 하는데 한 달에 500~2000만원. 높은 가격대에도 잘 가르친다는 소문만 나면 부르는 게 값이다. 다섯 번 안에 합격하지 못하면 응시 자격이 박탈되는 시험 특성상 재수생들이 쌈짓돈을 들고 찾아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변호사 시험 응시생은 로스쿨 학위를 취득한 달의 말일로부터 5년 이내 다섯 번까지만 응시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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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는 주로 방대한 변호사시험 범위 중 일정 부분을 짚어주는 이른바 ‘족집게 과외’ 방식이다.법조계 관계자는 “변호사 시험에 고득점으로 합격한 뒤 성적표를 고액 과외를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변호사가 늘었다”며 “1~2년 재수할 바에 사교육을 받고 빨리 합격하는 게 더 낫다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학원 뺑뺑이를 자처하는 로스쿨생도 늘었다. 변호사 시험 난이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공교육으로는 합격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학생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2012년 87.1%였던 변호사 시험 합격률은 올해 53%로 떨어졌다. 불합격자가 누적되면서 응시인원이 증가한 것이 합격률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같은 기간 변호사시험 응시인원은 1665명에서 3255명으로 11년간 95.4% 증가했다. 불합격자도 같은 기간 214명에서 1530명으로 614% 늘었다.

"月 2000만원" 부르는 게 값…SKY 로스쿨생도 '학원 뺑뺑이'

내년부터 변호사 시험에 CBT(Computer Based Test) 방식을 도입하면서 학원 찾는 학생들은 더 늘어났다. 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와 CBT 방식을 충분히 연습하기 위한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 학원 관계자는 “여름방학을 맞아 학원을 찾는 학생들이 늘어났다”며 “유명 강사가 진행하는 강의는 정원을 기존 80명에서 120명으로 늘렸지만 수강생이 몰려 주말까지 강의를 진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로스쿨의 도입 취지에 맞게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명기 법전협의회 사무총장은 “합격률을 높이고 선발시험에서 자격시험으로 바꾸는 등 기존 로스쿨 제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로스쿨이 학원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인호 중앙대 로스쿨 교수는 "학생들이 1학년 때부터 시험 합격만을 위한 공부를 하는데 까다로운 선택 과목은 아예 수업을 듣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