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시장 분위기 썰렁…상인 "당분간 수산업자 죽었다고 봐야"
"과학자가 괜찮다 해도 안 먹으면 어쩌나…추석 대목 끝났다" 우려
[르포] "지금도 손님 없는데"…오염수 방류 결정 자갈치 시장 한숨
"온다 온다고 하더니, 이제 올 것이 왔네요. 결국 굶어 죽으라고 하네요."

22일 낮 부산 중구 자갈치 시장.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이틀 뒤인 24일에 하겠다는 뉴스를 접한 상인 정모씨는 "가슴이 답답해 죽을 지경"이라면서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정씨는 오염수와 관련해 우려가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보면 아시잖아요"라며 썰렁한 시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점심시간이 됐지만 정씨의 점포 주변에는 손님들은 보이지 않았다.

수십m 떨어진 점포 한 곳에만 한 외국인 커플이 생선 가격을 묻고 있는 모습만 보였다.

정씨는 "큰일 났어, 우리는 큰일 났어"라면서 "과학자들이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손님들이 안 먹으면 우리는 굶어 죽는 기라"며 한탄했다.
[르포] "지금도 손님 없는데"…오염수 방류 결정 자갈치 시장 한숨
80대 노모와 함께 점포를 운영하는 상인 박모 씨도 "방류한다고 예고해서 생각을 안 했던 것은 아니지만 막상 한다고 하니 원망스러운 마음이 크다"면서 "당분간 어민이나 수산업자나 다 죽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날도 마수걸이만 겨우 했을 뿐 최근 몇 달째 매출이 바닥을 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8월 초인 여름 성수기 때도 외국인 관광객 말고는 가게에 손님 구경하기가 어려웠는데 가을철 회가 한창 잘나갈 때를 앞두고 방류해서 걱정이 크다"면서 "일본에서 방류해도 몇 년을 돌고 돌아 국내에 안전하게 온다고 과학자가 말해도, 손님들은 일본이 부산이랑 가깝기 때문에 어떻게든 영향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광우병 때처럼 몇 달이 지나 아무 일 없다는 걸 피부로 느껴야 끝날 것"이라며 "다음 달 있을 추석 대목도 지금으로선 끝난다고 봐야 한다"고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인근 점포 상인 최모 씨도 "코로나 때보다 어려운 게 지금"이라면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최씨는 "매출은 3분의 1토막이 났는데, 정부가 수산물 소비 축소와 관련한 대응책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방류한다는 이야기만으로도 최근 분위기가 이랬는데,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상인 정모씨도 "최근 장사도 안되고 바닷물이 뜨거워서 국산 고기가 없어 가격도 비쌌다"며 "수산업계 악순환이 겹치고 있다"고 전했다.
[르포] "지금도 손님 없는데"…오염수 방류 결정 자갈치 시장 한숨
자갈치 시장 2층 일명 '초장집'으로 불리는 횟집들도 썰렁한 모습이었다.

바닷가가 보이는 창가 자리도 대부분이 빈 테이블이었고, 일부 손님만 드문드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었다.

상인 김모씨는 "이번 주말 예약도 없고, 손님도 없다"며 "이 나이쯤 되면 인생 순리대로 순응하자고 생각하지만, 너무 힘든 시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 점포 상인도 "자갈치 시장 주 고객이 50∼70대인데 몸이 좋지 않으신 분들은 혹시 영향이 있을까 안 드시려고 할 것이고, 손자나 자식 주겠다고 사러 오는 사람도 없을 것"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수산업자들이 굶어 죽지는 않도록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