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단체 만들어 협박, 조폭까지 가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지난해 12월8일부터 이달 14일까지 250일간 건설현장 불법행위를 특별 단속한 결과 4천829명을 검거해 검찰에 넘기고 이 가운데 148명을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은 건설현장 불법행위가 관행으로 굳어졌다고 판단해 앞으로도 상시 단속하기로 하고 경찰청 홈페이지에 건설현장 폭력행위 신고 창구를 개설했다.

'건설현장 불법행위' 8개월 특별단속…4천829명 적발
◇ 10명 중 7명 '금품 갈취'…절반 이상 양대노총 소속
적발된 피의자 가운데 노조전임비와 복지비 등 각종 명목으로 금품을 갈취한 경우가 3천416명(70.7%)으로 가장 많았다.

건설현장 출입을 방해하고 작업을 거부하는 등 업무방해 혐의로 송치된 피의자가 701명(14.5%)이었다.

노조 소속 노동자 채용이나 장비 사용을 강요한 피의자는 573명(11.9%)으로 집계됐다.

구속된 피의자 148명은 금품갈취 혐의가 124명(83.3%)으로 가장 많았고다.

채용·장비사용 강요 20명(13.5%), 업무방해 3명(2.0%), 폭력행위 1명(0.7%) 순이었다.

소속 단체별로는 양대 노총(한국노총·민주노총) 소속이 2천890명(59.8%), 군소 노조와 노동단체 1천829명(37.9%)이었다.

단체 소속이 아닌 피의자도 10명 검거됐다.

서울경찰청은 서울·경기 지역 건설현장 10여 곳에서 노조원 채용을 강요하고 현장 보호비 명목으로 금품을 뜯어낸 혐의(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공갈)로 한국노총 서울경기지부장 유모 씨와 사무국장 최모 씨, 조직국장 진모 씨, 지대장 이모 씨 등 19명을 최근 불구속 송치했다.

한국노총 소속 간부 4명을 포함한 14명에게는 범죄단체조직 혐의도 적용됐다.

가짜 환경단체나 장애인노조·언론단체 등을 만들어 허위 민원을 제기하는 등의 방법으로 건설사를 괴롭혀 금품을 갈취한 사례도 있었다.

경기 하남경찰서는 지난 6월 수도권 건설업체 20곳을 상대로 "폐기물을 묻을 때 땅에 물을 뿌리지 않는 건 불법이니 고발하겠다"고 협박해 후원금 명목으로 1천만원을 뜯어낸 환경단체 대표 등 2명을 구속했다.

'건설현장 불법행위' 8개월 특별단속…4천829명 적발
◇ 조폭도 노조 결성…범죄단체조직죄로 소탕
폭력조직에서도 활동한 노동자들의 불법행위가 대거 적발됐다.

노동조합을 결성한 뒤 각종 명목으로 금품을 갈취한 혐의 등으로 17개 폭력조직 전·현직 조직원 25명이 검거됐고 그 가운데 7명이 구속됐다.

경찰은 폭력조직과 유사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추고 조직적으로 갈취행위를 한 5개 노조에는 형법상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경기와 인천 등 건설 현장 14곳에서 장기간 집회를 개최하거나 안전기준 위반 신고를 빌미로 협박해 전임비·복지비 명목으로 1억 7천여만원을 갈취한 노조본부장 등 7명을 범죄단체조직·협박 혐의로 지난 5월 구속 송치했다.

건설현장 불법행위에 처음으로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한 사례였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6월에도 경기도내 건설현장 10여 곳에서 1억5천700만원을 뜯어낸 노조원 15명을 검찰에 넘겼다.

이들 가운데 노조위원장 등 2명은 구속됐다.

◇ 사측 불법행위 적발 '0건'…"노조만 수사" 비판도
경찰은 특별단속 초기 노사 구분 없이 불법행위를 엄단하겠다고 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는 평가다.

검거된 4천829명 중 사측 인사는 1명도 없었다.

금품갈취와 업무방해, 폭력행위, 불법 집회 등에 중점을 두다 보니 사측의 불법행위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노동계 일각에선 "건설현장에서 노조뿐만 아니라 사측의 불법행위도 빈발하는데 경찰이 노조에만 초점을 맞춰 수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부처별로 업무가 나뉘어 부득이 노동자 불법행위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불법 하도급·고용 등 사측 불법행위는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가 담당했다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하도급법 위반이나 근로기준법 위반은 소관 부처에서 특별단속을 했다"며 "국토교통부가 특별단속 후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사례가 있다.

경찰도 사측의 불법행위를 지속적으로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