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타블로 이어 작가 데뷔…"활동엔 공백 있었지만, 인생엔 없어"
첫 에세이집 펴낸 배우 강혜정 "제 마음속 말풍선 엮었죠"
"처음엔 그냥 일기처럼 썼다가 하나씩 쌓이면서 책 한권이 된, 제 안에 있는 말풍선을 엮은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
배우 강혜정(41)은 21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자신의 에세이집 '반은 미치고 반은 행복했으면'을 이렇게 소개했다.

'올드보이'(2003), '연애의 목적'(2005), '웰컴 투 동막골'(2005) 등의 영화로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가 에세이집을 펴낸 건 처음이다.

이 책은 그가 그때그때 휴대전화에 기록해둔 단상들을 담고 있다.

강혜정은 "멍때리고 있거나, 아무것도 안 하거나, 그냥 길을 걷거나, 이럴 때 글을 좀 쓰게 된 것 같다"고 회고했다.

처음부터 출간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쓴 건 아니라고 한다.

강혜정이 글을 쓸 때마다 남편 타블로에게 보냈는데, 에세이집 '블루노트'로 먼저 작가로 데뷔한 타블로가 출판사 대표에게 강혜정의 글을 보여주면서 출간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강혜정이 2018년 초 드라마 '저글러스' 이후 별다른 작품 활동이 없던 시기에 쓴 글이 대부분이다.

"그동안 코로나19도 있었고, 개인적으론 아이가 크면서 시간 여유가 많이 생겨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누군가를 만나서 하는 것보다 글로 쓰는 게 좀 더 간단하고 쉬울 것 같아 (집필을) 시작했죠."
이 책에 담긴 글은 공항에서 짐을 챙기던 강혜정이 연예인이란 걸 알아본 10대 소녀가 허락도 없이 사진을 찍으면서 벌어진 일과 같은 신변잡기뿐 아니라 어린 시절의 회상, 카톡과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지배를 받는 현대인의 일상에 대한 성찰 등 다양하다.

'사이드미러'란 제목의 글에서 강혜정은 학창 시절 자신이 "조용한 반항아"였다며 수업 시간에 사회를 비판하는 글을 낭독해 급우들의 환호를 받은 기억을 꺼낸다.

'강아지풀'이란 글에선 10대 시절 데뷔작인 드라마 '은실이'에서 보여준 악역 연기로 동네 아주머니에게 "너 너무 못됐더라"며 등짝을 맞은 일을 회고하고 "눈물이 핑 돌 것 같이 좋았다"고 고백한다.

또 '비합리적 교육'에선 사람을 타인과 비교하는 말들을 나열하고 "주인님, 이런 교육은 개한테도 안 시킵니다"라고 꼬집는다.

타블로에 대한 인터넷 카페의 허위 사실 유포로 고통을 겪기도 한 그는 '잔혹동화'에서 근거 없는 "오해와 편견들"이 사람을 일방적으로 무분별하게 공격하는 세태를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첫 에세이집 펴낸 배우 강혜정 "제 마음속 말풍선 엮었죠"
그러나 강혜정이 에세이집을 펴낸 건 자기주장을 내세우려는 게 아니다.

그는 자신의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털어놨다.

"(누군가에게) 이해받는 순간이 있으면 덜 외롭지 않을까요? 나만 이렇게 외톨이인 건 아니구나, 나만 이런 생각으로 사는 건 아니구나, 이런 느낌이 들면 덜 외롭지 않을까요? 이 책을 보면서 '날 이해해주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독자가 있으면 좋겠어요.

"
강혜정은 몇 년간 작품 활동의 공백기가 있었지만, 무의미하게 흘려보낸 시간으로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그는 "본업인 연기 활동에 공백기는 있었지만, 다른 걸 만들어내느라 제 인생에 있어선 공백기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스타트라인'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강혜정은 "또 한 번의 총성이 울린다면 나는 완주해낼 수 있을까.

어쩌면 스타트라인에 서 있을 용기가 있을지조차 모르겠다"며 새 출발의 떨리는 마음을 털어놓기도 한다.

그는 이 글에 대해 "새로운 상황에 놓이면 '이걸 잘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생긴다.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소극적으로 풀어낸 글"이라며 "좋은 작품을 만나고 기회가 닿는다면 작품 활동을 하지 않을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강혜정은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올드보이' 촬영 당시 20대 초반의 자기가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였다며 "엄청난 작품 안에서 엄청난 선배들과 작업할 수 있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강혜정은 에세이집에 대한 가족의 반응이 어땠냐는 질문엔 "가족들이 굉장히 많이 서포트(지원)를 해줬다.

타블로 씨도 제가 책을 냈다는 데 대해 약간 리스펙(존경) 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