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노무라 도쿄대 교수 "사실은 사실로서 설명해야…도쿄지사는 역행"
도쿄지사 "간토대지진서 희생된 모든 분께 애도의 뜻 표할 것"
日전문가, 도쿄지사에 일침…"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인정해야"(종합)
재일 조선인 역사 등을 연구하는 일본 학자가 간토대지진 100주년을 맞은 올해도 조선인 희생자를 위한 별도의 추도문을 보내지 않겠다고 밝힌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에 대해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도노무라 마사루 도쿄대 교수는 18일 보도된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영향력 있는 (일본) 지도자와 정부, 지자체 수장이 간토대지진에서 이렇게 참혹한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을 인정하고,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애도의 뜻을 표할 필요가 있다"며 고이케 지사의 태도에 "조금 실망했다"고 말했다.

도노무라 교수는 "선량한 서민도 가해자가 됐던 배경을 설명하는 것으로 가해와 마주할 수 있게 되지만, 지자체와 정부가 이를 행하지 않고 있다"며 "지나치게 가해를 의식하는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사실은 사실로서 설명해야만 한다"고 조언했다.

간토대지진은 일본 수도권이 있는 간토 지방에서 1923년 9월 1일 발생했다.

지진으로 10만여 명이 사망하고, 200만여 명이 집을 잃었다.

일본 정부는 당시 계엄령을 선포했고, 일본 사회에는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거나 '방화한다' 같은 유언비어가 유포돼 약 6천 명으로 추산되는 조선인이 자경단 등에 의해 살해됐다.

고이케 지사는 취임 첫해인 2016년에는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추도문을 전달했으나, 2017년부터는 보내지 않았다.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 실행위원회(이하 실행위)는 지난달 31일 간토대지진 100주년을 맞아 고이케 지사에게 추도문을 송부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도쿄도는 최근 팩스로 발송한 문서를 통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

현지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고이케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도쿄도위령협회가 내달 1일 주최하는 법요(法要·불사를 할 때 행하는 의식)를 언급하고 "법요에서 지사로서 간토대지진과 대전에서 희생된 모든 분께 애도의 뜻을 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진 이후 극도의 혼란에 따른 사정으로 희생된 분들도 포함해 영혼을 위로하는 마음을 표하는 것으로 대응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실행위는 "지진으로 사망한 사람의 죽음과 살해된 사람의 죽음을 '극도의 혼란'이라는 표현으로 묶어 추도할 수는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아울러 고이케 지사는 조선인 학살과 관련해 "무엇이 명백한 사실인지에 관해서는 역사가가 밝힐 일"이라며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日전문가, 도쿄지사에 일침…"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인정해야"(종합)
이에 대해 도노무라 교수는 "학살은 증언도 자료도 있고, 역사 교과서에도 물론 적혀 있다"며 "도쿄도가 펴낸 '도쿄 100년사'와 정부의 방재대책회의 보고서에도 기술돼 있다"고 지적했다.

도노무라 교수는 "1980년대까지는 조선인이 학살되는 것을 봤다는 사람, 가족에게서 이야기를 들었다는 사람이 많아서 학살을 부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이러한 사람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줄어들었다"고 짚었다.

그는 평범한 마을에 거주하는 선량한 일본인이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지만, 당시의 학살이 폭도화하는 조선인에 대응한 정당방위였다고 볼 수 있는 증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일 조선인의 존재가 당연하다고 여기고, 그들을 의식하면서 다음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조선인 학살이 화제로 등장한다면 당시 일본의 군국주의 교육이 이상했다고 말하고, 다시는 학살이 발생하지 않도록 추도식을 하자는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