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밤샘 근무가 불가능하다 보니 장비를 설치하는 데만 대만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 반도체는 ‘스피드 싸움’인데, 출발부터 느린 셈이다.” (미국 반도체 장비 기업 램리서치 관계자)반도체 기업 A사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주 52시간 근로시간 특례 도입 필요성’ 자료에 담긴 내용이다. 주 52시간 근로제를 업무 성격이나 근로 형태와 관계없이 모든 직종에 일률적으로 적용한 탓에 반도체 등 첨단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계에선 반도체만이라도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로 인정해 ‘국가 대항전’으로 벌어지고 있는 ‘칩워’에서 한국 기업들이 밀리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요청한다.○목표 대비 30% 늘어난 개발 기간국내에 주 52시간 근로제가 도입된 건 2018년 7월이었다. 법정 근로시간(주 40시간)에 연장·휴일근무를 포함해 최대 12시간까지만 더 일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제도다. 이전엔 주 40시간에 연장·휴일근무 총 28시간을 더해 최대 68시간까지 일할 수 있었다. 주 52시간제 도입 후 근무시간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한국 임금근로자의 연평균 근무시간은 2008년 2228시간에서 2023년 1872시간으로 줄었다.줄어든 근무시간은 첨단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가 그렇다. 신형 칩 개발 임무를 맡은 엔지니어에게 6개월~1년 집중 근무는 필수인데, 그걸 할 수 없게 돼서다. 한 반도체 기업 임원은 “반도체는 누가 먼저 개발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다”며 “주 52시간제 탓에 기술 주도권을 쥐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부작용은 현실화하고 있다. A사는 최
“태양광발전은 멋진 산업이다.”지난해 말 대선 토론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건넨 이 발언에 글로벌 에너지업계는 울고 웃었다. ‘화석연료 귀환’을 예고한 트럼프 대통령이 신재생에너지의 핵심인 태양광발전을 키우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트럼프 2.0 시대에도 태양광발전에 대한 투자세액공제(ITC) 및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제도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미국 태양광발전 시장이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미국 에너지부(DOE)도 이런 기조에 따라 연방정부가 주도하는 공공 태양광발전 용량을 지난해 7기가와트(GW)에서 올해 20GW로 3배가량으로 늘리기로 했다. 미국태양광산업협회는 올해 미국 내 민간 태양광발전 투자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관측한다. 미국 내 태양광발전 용량이 현재 210GW에서 2029년 440GW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트럼프 2.0 시대에도 태양광발전이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하는 배경에는 ‘전기 부족’이 자리 잡고 있다. 인공지능(AI) 붐 여파로 엄청나게 불어난 전력 수요를 화석연료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한 태양광 업체 관계자는 “태양광발전이 제 역할을 못하면 전기 부족으로 미국이 이끄는 AI 시대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태양광발전은 풍력발전과 달리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태양광발전과 달리 미국 풍력발전은 침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풍력발전이 태양광발전보다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을 겨냥해 “풍력발전은 쓰레기”라며 “두 번째 임기 동안 미국에 신규 풍
테슬라가 쥐고 있는 미국 태양광발전 시장을 잡기 위해 한국과 일본, 중국 기업이 잇달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전략은 천차만별이다. 모든 걸 다 가진 테슬라가 ‘나 홀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면 한국과 일본은 각 분야 최고수들이 손잡고 ‘팀코리아’와 ‘팀재팬’으로 맞서고 있다. 각각 100개가 넘는 태양광 및 배터리 업체를 거느린 중국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생태계에 중소기업이 합류하는 방식으로 승부수를 던졌다.일본은 한화 및 LG가 맞잡은 한국과 비슷한 모델을 구축했다. 오랫동안 태양광발전에 투자해온 헬스케어 및 전자부품 업체 옴론은 일본 1위 배터리 기업 파나소닉과 손잡았다. 각자 잘하는 분야를 하나로 묶어 미국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테슬라가 지난해 말 일본 가정용 에너지솔루션 시장에 진출한 것에 대응해 일본 시장을 지키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중국은 대기업 간 1 대 1 동맹을 하기보다 대기업이 조성한 생태계에 중소기업이 들어오는 형태의 모델을 만들었다. 한국·일본과 달리 태양광, 배터리 분야에서 각각 100개 이상의 업체가 경쟁하는 만큼 궁합이 맞는 기업끼리 동맹을 맺는 방식이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가 그렇다. 화웨이는 태양광 셀을 생산하는 중소 업체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제조하는 중소기업을 선정한 뒤 이를 한데 묶어 에너지솔루션 제품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인버터와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등은 화웨이가 제조한다. 화웨이는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 CATL 등과도 동맹을 논의했지만 사업 주도권을 잡고 수익을 늘리기 위해 중소업체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태양광 업체 관계자는 “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