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독일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69·사진)는 친기업·자유주의 성향의 정통 보수 정치인으로 꼽힌다.메르츠는 학생 시절 기민당에 입당, 1989년 유럽의회 의원으로 선출돼 정치 경력을 시작했다. 1994년 독일 연방의회 의원에 당선된 후 2000년 기민당·기독사회당(CSU) 원내대표를 지내는 등 당의 차기 리더로 인정받았다. 승승장구하던 메르츠의 정치 경력은 ‘20년 정적’ 앙겔라 메르켈과의 권력 투쟁에서 패배하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당내 중도 세력을 대표하는 메르켈 전 총리는 2002년 원내대표로 선출된 후 메르츠로 대표되는 당내 보수파를 주요 보직에서 지워나가기 시작했다. 메르츠는 2004년 원내부대표직에서 밀려났고 2009년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메르츠는 9년 만에 복귀해 2018년과 2021년 1월·12월 당대표직에 도전했고 메르켈 전 총리가 정계를 떠난 이후인 세 번째 선거에서 당권을 거머쥐었다. 메르켈 전 총리가 기민당 내에서 중도 성향이라면 메르츠는 확실한 보수주의자로 평가받는다. 2008년 출간한 책 <더 많은 자본주의를 모험하다>에서는 최저임금, 노인 실업수당 등이 시장을 제약한다고 비판했고 소득세와 법인세 세율 인하를 주장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그의 롤모델이다.정계를 은퇴한 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에서 이사회 의장을 맡는 등 기업 사정에도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독일 경기 침체를 극복할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부각한 점도 총선 승리 요인으로 꼽힌다.김인엽 기자
독일 총선에서 중도보수인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이 승리했지만 과반 확보에는 실패하면서 연정이 불가피해졌다. 독일 정가에선 기민당·기사당이 사회민주당(SPD)과의 좌우 대연정에 나설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152석을 얻으며 제2당으로 떠오른 극우 독일대안당(AfD)은 연정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제1당에 오른 기민당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대표는 23일(현지시간) 출구조사 결과 발표 직후 “세상이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부활절인 4월 20일까지 연정 구성을 위한 협상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사민당은 올라프 숄츠 총리 대신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을 연정 협상 대표로 선임할 방침이다.메르츠 대표는 “단 하나의 연립 파트너만 있기를 바랐다”며 “선거 전에도 분명히 밝혔듯이 우리는 독일대안당과 연정 협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주요 정당은 극우 성향 정당과는 연정 구성은 물론 의안 처리에서도 협력하지 않고 거리를 두는 ‘방화벽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알리스 바이델 독일대안당 공동대표는 “사민당이 (기민당·기사당 연정에) 합류하면 4년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며 독일대안당이 연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기민당·기사당과 사민당의 좌우 대연정이 이뤄지더라도 안정적인 정국 운영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들의 의석을 합쳐도 328석 정도로 예상돼 과반(316석)을 간신히 넘어서다. 기민당·기사당과 사민당의 이념 및 정책이 달라 통일된 목소리를 낼지도 미지수다. 이 때문에 기민당·기사당이 독일대안당을 연정에선 빼더라도 이민 문제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독일 총선 결과에 대해 “독일과 미국에 굉장한 날”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의 보수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과 마찬가지로 독일 국민도 수년간 지속돼 온 에너지와 이민 등 비상식적인 의제에 지쳤다”고 했다.그는 ‘보수 정당’을 통틀어 말했지만 트럼프 측근들은 그동안 극우 성향 정당인 독일대안당(AfD)을 공개적으로 지지해왔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정부 개혁을 이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독일대안당의 선거 유세 때 영상 연설을 통해 공개 지원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14일 독일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방화벽(독일대안당과 협력하지 않는다는 독일 정치권의 원칙)의 자리는 없다”고 말하며 독일대안당을 배척하는 독일 정치권을 비판했다.일부 분석가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 주요국이 강경 보수화하면 미국과 유럽 간 ‘대서양 보수동맹’이 형성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탈리아 헝가리 네덜란드 등에서는 강경우파 정당이 집권 중이며 프랑스에서는 극우 성향인 국민연합(RN)이 의석을 계속 늘리고 있다. 미국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은 “유럽과 미국 보수들이 기후 정책, 성별, 이민, ‘힘을 통한 평화’ 등 여러 사안에서 의견을 같이하기 때문에 양측 관계는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임다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