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진로 선택부터 부친 권유 따라…'엄하지만 자애로웠던' 부친 추억담 자주 꺼내
부친 위중한 상황에도 참모들에 내색 안해…광복절 경축식 직후 병원 직행 임종 지켜
윤기중 교수, 尹 가치관에 '지대한 영향'…각별했던 부자지간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별세한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 남다르게 각별한 부자지간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태어났지만, 윤 교수의 고향인 충남 공주를 자신의 진짜 고향으로 여기며 '충남의 아들'을 자처해왔다.

부친을 따라 충남 논산의 파평 윤씨 집성촌에도 큰 애정을 보였다.

유년 시절 경제학자의 꿈을 꿨던 윤 대통령은 '더 구체적인 학문을 하라'는 윤 교수의 권유로 서울대 법대에 진학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친 책으로 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의 자유'를 꼽은 것도 부친 영향이 컸다.

저명한 계량 통계학자였던 윤 교수가 서울대 법대 입학 기념으로 선물해준 책이었다고 한다.

윤 교수는 월간 '사상계'에 실린 김지하 시인의 '오적'을 윤 대통령에게 직접 읽어줄 정도로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 열린 교육을 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대학 졸업 후 신림동 고시촌이 아닌 윤 교수가 재직했던 연세대 중앙도서관에서 주로 사법시험 공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연세대 졸업식 축사에서 "아버지 연구실에서 방학 숙제도 하고 수학 문제도 풀었다"며 "아름다운 교정에서 고민과 사색에 흠뻑 빠지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윤 교수는 유독 엄하게 윤 대통령을 키운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고교 1학년 때 거구인 윤 교수에게 업어치기를 당하고 기절해 이튿날 등교하지 못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동시에 자애로운 아버지이기도 했다.

윤 교수는 정창영 연세대 명예교수 등 동료 학자들과 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다 하교한 윤 대통령을 불러 훌륭한 학자가 되라고 격려하고 노래를 시키곤 했다고 한다.

윤기중 교수, 尹 가치관에 '지대한 영향'…각별했던 부자지간
그런 가풍 속에서 인문학적 소양을 쌓고 인생을 설계해온 윤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도 부친과의 추억담을 자주 꺼냈다.

지난 3월 한일관계 정상화를 위해 일본 도쿄를 방문해서는 윤 교수와 어린 시절 제국호텔에서 함께 커피를 마시던 일화를 참모들에게 꺼내며 감회에 젖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1년 4월2일 윤 교수를 부축하고 4·7 재보궐선거 사전 투표소를 방문해서는 "아버님께서 기력이 전 같지 않으셔서 모시고 왔다"고 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인 지난해 7월 12일에는 윤 교수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집무실 등 업무 공간을 소개하고 만찬을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광복절 경축사를 쓰면서 노환으로 병상에 누워있는 윤 교수를 떠올렸을 것이라고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말했다.

윤 대통령 개인적으로는 처음 정치를 시작했던 이유를 되새기고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비전을 펼치겠다는, 일종의 '사부곡'이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미래 세대를 위해 나라를 바로 세우려는 윤 대통령의 국정 철학은 후학은 양성하는 데 헌신한 윤 교수의 일생과 맥이 닿아있다"고 말했다.

다만 윤 교수가 며칠째 위중한 상황이었지만, 이를 알아챈 참모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오는 18일(현지시간) 한미일 정상회의도 예정대로 참여하겠다는 게 윤 대통령 의지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광복절 경축식을 마친 직후 윤 교수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직행해 가족들과 임종을 지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