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성희롱 신고했더니 황당답변 "담당자 사직으로 접수불가"
학교 남자 선배 4명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여대생이 교내 인권센터에 신고했지만 "담당 직원의 사직으로 지금은 사건을 접수할 수 없다"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2차 피해 우려를 호소하며 가해자 분리 조치를 해달라는 요청에도 해결이 될 기미가 없자 이 대학생은 결국 남학생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14일 대전지역 4년제 사립대 재학생 A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5월께 같은 학과 남자 선배의 집에서 선배 4명과 술을 마시다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이 자리에서 일부 남학생이 누워있는 A씨의 몸을 팔로 껴안은 포즈를 취하고, 또 다른 학생이 이 사진을 찍어 학과 내 남학생 단체 메시지 방에 유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후 '네 사진이 유출돼 돌아다닌다', '누구랑 사귄다는 소문이 들린다', '둘이 잤다고 하던데' 등의 말이 들려와 괴로웠지만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그는 "당시에는 제가 문제 삼지 않으면 없던 일처럼 될 것이라 생각해 덮으려고 애썼다"며 "이후에도 계속 이상한 말이 들려왔고, 올해가 되어서야 유출된 제 사진을 보게 됐는데 충격이 커 학교생활을 하는 게 무서울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A씨는 지난 6월 8일부터 학과 교수와 교내 인권센터 등에 자초지종을 설명 후 징계와 분리 조치 등을 요구했지만 센터 측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며 "상담 전문직원이 사직서를 내 응대할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센터장과 통화하고 싶다는 A씨에게 센터 관계자는 "해바라기 센터나, 1366 여성의 전화에 문의하면 심리지원을 받을 수 있고, 정 불안하면 경찰에 신고 후 신변 요청을 하면 된다"고 회유했다.

학교 측의 소극적인 태도에 A씨는 피해 사실을 경찰에 고소했고, 학교 측의 본격적인 사건 처리 진행은 이보다 한 달이 훌쩍 더 지나서야 시작됐다.

학교 측은 지난 8일 A씨에 "피신고인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회신했다.

첫 피해 신고를 받은 지 두 달여 만이다.

이에 대해 학교 측 관계자는 "A씨가 지난달 28일 내방해 상담받은 뒤 신고서를 제출했다"며 "간호학과 교수 전체 회의를 통해 남학생들과 분반 등 조처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남학생 4명은 여전히 같은 반에 배정돼 몰려다니며 A씨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더 확실한 분리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씨의 고소장을 접수한 대전 동부경찰서는 피해자 조사를 마친 상태로, 현재 남학생들을 순차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