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외무 "예루살렘 내 사우디 총영사관 불허"
사우디아라비아가 주예루살렘 총영사를 겸하는 비상주 주팔레스타인 대사직을 신설한 가운데, 이스라엘 외무부 장관이 예루살렘 내 사우디 공관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부 장관은 13일(현지시간) 현지 라디오 방송에 "신임 주팔레스타인 사우디 대사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표를 만날 수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예루살렘에 어떤 (사우디) 외교 공관 개설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루살렘에 물리적으로 상주하는 (사우디) 관리는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이 수도로 삼고 있으며 미국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직 당시인 지난 2017년 예루살렘을 수도로 인정했다.

그러나 대부분 국가들은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수도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앞서 나예프 알-수다이리 주요르단 사우디 대사는 전날 마즈디 알-칼리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외교 담당 고문에게 팔레스타인 특명전권 대사 신임장 사본을 제출했다.

주요르단 사우디 대사관은 요르단에 주재하고 있는 알-수다이리 대사가 앞으로 비상주 팔레스타인 대사직과 함께 예루살렘에서 총영사 역할도 수행하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우디가 팔레스타인을 관할하는 대사를 임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우디의 주팔레스타인 대사 임명은 미국 주도로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외교관계 정상화가 본격 추진 중인 가운데 이뤄져 관심을 끌었다.

그동안 사우디는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고, 2020년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이 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 등과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한 '아브라함 협약'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양국의 외교관계 정상화가 큰 틀에서 합의됐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이스라엘은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와의 외교 관계 수립을 대아랍권 외교 확장의 최대 목표로 삼고 있다.

사우디는 이스라엘과 수교 전제 조건으로 미국에 정밀무기 금수조치 해제, 우라늄 농축 및 핵연료 기술 등 민간 핵 프로그램 개발 지원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사우디는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을 위한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양보'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스라엘 우파 연정 인사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