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대표 좌파 국가로 꼽히는 아르헨티나의 대선 예비 선거에서 극우 성향의 경제학자 후보가 1위를 차지했다. 살인적 고물가에 시달리는 시민들이 중도좌파 성향의 집권 여당을 심판했다는 평가다.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예비 대선에서 개표율 96% 기준 극우 성향의 제1야당 보수연합 소속 하비에르 밀레이 후보가 득표율 30.1%로 1위에 올랐다. 여론조사 기관들의 예측치 평균인 20%를 크게 웃돌았다. 2위는 중도우파 연합인 ‘변화를 위해 함께’로 28.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세르히오 마사 현 경제장관을 후보로 앞세운 집권여당 ‘나라를 위한 연합’은 27.2%의 득표율로 3위에 그쳤다.

밀레이 후보는 대학에서 20년 이상 경제학 교수로 재직했으며 HSBC 이코노미스트를 거친 자유주의자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초선 의원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처럼 가죽 재킷을 입고 정치를 ‘도둑’이라고 비난해 “아르헨티나판 트럼프”로도 불린다. 이번 선거에서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페소 가치 폭락, 부채 부담 등 경제 위기의 해결책으로 달러로의 통화 변경과 중앙은행 폐쇄, 일부 정부부처 폐쇄 등을 제시했다.

이번 예비 대선에서 극우 성향 후보의 승리는 아르헨티나를 극한의 경제 위기로 몰아넣은 좌파 정권에 대한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분노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아르헨티나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116%로 2월 이후 세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생활고에 인구 10명 중 4명은 빈곤층으로 전락했고, 화폐인 페소 가치가 급락하면서 외환보유액도 바닥을 드러낸 상태다.

이번 예비 선거는 10월 대선을 앞두고 군소 후보들을 걸러내기 위한 선거다. 유권자들의 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실제 대선의 전초전 격이다. 10월 대선에서는 과반을 득표하는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결선투표를 한다.

로이터통신은 “대선과 결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아르헨티나의 고갈된 외환보유액을 회복하고 곡물 수출을 늘리며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