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우크라 장갑차 우회지원 방안' 담은 문건 해킹유출 논란
우크라이나에 장갑전투차량을 우회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담은 스위스 연방정부의 기밀문서가 러시아 해커들에 의해 유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스위스 국가경제사무국(SECO)에 따르면 지난주 러시아 해커그룹인 조커 DPR은 스위스 연방정부가 기밀로 분류한 전쟁물자 지원 관련 문서를 빼내 텔레그램 채널에 내용을 공개했다.

올해 초에 작성된 것으로 기록된 이 문서에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스위스제 장갑전투차량 거래 방안이 거론돼 있다.

스위스제 장갑차를 직접 우크라이나에 반입하지는 않지만, 다른 나라들과 거래를 통해 간접적으로 우크라이나군에 힘을 보태는 방안이 문건에 나와 있다.

스위스제 보병전투용 장갑차 '피라냐'를 보유한 덴마크가 에스토니아 등 발트해 연안국가에 공급하고, 해당 발트해 국가가 자국군 전차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방안이다.

중립국 스위스는 분쟁 지역에 자국산 무기를 직접 수출하는 것은 물론 타국에 수출했던 무기가 분쟁 지역에 재수출되는 것까지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문건에 나온 방안은 이런 법규에 '외견상' 저촉 없이 우크라이나를 우회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인 셈이다.

SECO는 유출 문서의 내용보다 기밀문서가 밖으로 흘러 나간 점 자체를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스위스 연방의회가 중립국 원칙에 대한 예외 규정을 두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자국산 무기 반입을 허용하는 방안까지 한때 검토했던 만큼 문건 속 방안은 비밀로 묶어둬야 할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신, 이 문건이 흘러 나간 경위는 규명이 필요하며 내부적으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SECO 측은 밝혔다.

스위스 연방정부는 밖으로 알려진 문건 내용이 큰 문제를 낳지는 않을 거라고 했지만,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동안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자국이 보유 중인 스위스제 장갑차 등을 반입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반복적으로 요청했지만, 스위스 연방정부는 중립성 원칙을 내세워 거절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스위스가 우회적으로라도 우크라이나 전쟁물자 지원에 동참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점이 노출된 것은 외교적으로 득이 될 게 없다는 지적이다.

베르너 잘츠만 스위스 연방 상원의원은 자국 공영방송인 SRF에 "우리는 '스와프(상호교환)' 형식의 무기 거래 가능성에 대해서도 중립성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해 왔고,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