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Caa1으로 신용등급 3단계 내려…부동산 심리 급격 냉각 가능성
'거액 배당' 총수 사재 출연 여부 주목…증감위, 긴급 대책회의 소집
'디폴트 우려' 中부동산업체 비구이위안 상반기 손실 최대 10조(종합)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직면한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이 올해 상반기에 최대 10조원 규모의 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비구이위안이 디폴트에 빠질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중국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 속에, 거액의 배당을 받는 총수 일가의 사재 출연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 상반기 손실 10조…주가 이달 들어 40%대 폭락
1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비구이위안 홀딩스는 전날 홍콩증시 공시를 통해 상반기 순손실이 450억∼550억 위안(약 8조2천억∼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19억1천만 위안(약 3천47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던 것과 대비되는 것으로, 비구이위안 측은 지난달 말 상반기에 손실이 예상된다고만 밝혔다가 최근 디폴트 우려 속에 주가가 급락하자 구체적인 수치까지 내놓았다.

비구이위안 측은 "최근 매출 및 차환 환경의 악화 때문에 회계장부상의 가용가능 자금이 계속 줄어들고 있으며, 이로 인해 단계적으로 유동성 압력이 초래됐다"고 밝혔다.

앞서 비구이위안은 7일 만기인 액면가 10억 달러 채권 2종에 대한 이자 2천250만달러(약 296억원)를 갚지 못한 상태로, 30일간의 유예기간에도 채무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디폴트에 빠지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 비구이위안의 총부채는 1조4천억 위안(약 255조원)에 이른다.

비구이위안 주가는 지난달 말 고점 대비 40% 넘게 폭락했으며, 이번 주 들어서만 전날까지 27% 하락한 상태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비구이위안의 달러 표시 채권 가격은 지난달에만 59% 떨어졌다.

비구이위안 측은 공시에서 이자 지급 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모든 주주와 소통하고,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여러 부채관리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비구이위안의 신용등급을 'B1'에서 'Caa1'으로 3계단 내리면서 유동성·차환 위험 고조, 상당 규모의 차환 필요성, 자금 조달 상의 제약 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 2021년 헝다 이후 中 부동산 위기 지속…지난달 완다 우려도
그동안 디폴트 없이 버텼던 몇 안 되는 대형 건설사였던 비구이위안이 채무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중국 부동산 시장의 심리가 급격하게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헝다(恒大)그룹이 2021년 말 디폴트로 경영난에 빠진 후 다른 부동산 기업들의 디폴트가 잇따르며 중국 부동산업계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키운 바 있다.

'제로 코로나' 해제와 중국 당국의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지난달에는 대형 개발사 다롄완다그룹 측의 디폴트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부동산 연구기관인 중즈(中指)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100대 도시의 신규 주택과 기존 주택(중고 주택) 가격 모두 전월보다 하락했으며, 신규 주택의 경우 분양 물량이 줄었는데도 거래가 부진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미분양 상업용 부동산 면적(6억4천159만㎡)은 작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으며, 이 중 미분양 신규 주택 면적은 18% 늘어났다.

◇ 회장 몫 배당금으로 채권 이자 지급 가능…대응 주목
한편 거액의 배당을 챙긴 양후이옌 비구이위안 공동 회장이 경영난 해소를 위해 사재를 내놓을지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양 회장은 이날 비구이위안 서비스 주식 보유분에 대한 배당 2천800만 달러가량을 받을 예정인데, 이 돈이면 문제가 된 달러 채권의 이자를 지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 회장이 지금까지 비구이위안과 비구이위안 서비스 측으로부터 받은 배당은 50억 달러에 이른다고 블룸버그는 추산했다.

게다가 양 회장이 지난달 비구이위안 서비스 주식보유분 상당수를 가족이 관리하는 재단에 넘긴 것을 두고도 시점상 이례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그 직후 회사 측은 배당 지급 일자를 앞당기기도 했다.

양 회장 일가가 소유한 재단도 이번에 배당으로 3천500만 달러를 받게 된다.

앞서 헝다의 경영난 때도 쉬자인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대응한 바 있으며, 블룸버그는 쉬 회장의 전례가 있는 만큼 양 회장도 조만간 사재를 출연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한때 아시아 최고의 여성 갑부로 평가됐던 양 회장은 최근 2년 새 자산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으며, 순자산은 2021년 6월 고점 대비 286억 달러(84%) 감소한 55억 달러에 그치고 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한때 420억 달러로 아시아 2위 부자 자리에까지 올랐던 쉬자인 회장의 재산은 90% 넘게 증발, 30억 달러로 줄어든 바 있다.

◇ 증감위, 부동산 업체·금융기관 긴급 대책회의 소집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위)는 이날 오전 부동산 업체 및 금융기관 온라인 회의를 열어 부동산 업체들의 경영 상황을 긴급 점검했다.

증감위는 회사채 담당 부서가 주관한 이날 회의에서 부동산 업체들의 매출 현황과 현금 흐름, 부채 상황 등을 파악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다만 국영 기업들은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다는 화둥 지역의 한 부동산 업체 관계자는 "이번 회의 개최가 기업들에 희소식이 될 것"이라며 "모두 이를 악물고 훈풍이 불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 당국이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한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