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 활용 외교 효과 있나 지적도…"미중 단절 의미"

중국이 제2차 세계대전 때 중국군과 긴밀하게 협력했던 미군 장군의 후손을 환대하기 위해 '레드카펫'을 깔았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1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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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의 24명 중앙정치국원 중 한 명인 위안자쥔 충칭시 당서기는 지난 9일 조지프 스틸웰(1883∼1946) 미군 대장의 후손을 영접, "중국과 미국 간 인적 교류를 더욱 촉진하고 중미 관계 발전에 기여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영접에는 1941년 중국·영국·미국 3국 연합국의 중국-인도-버마(현재 미얀마) 전구(戰區) 사령관이었던 스틸웰 대장의 증손녀인 수잔 콜과 낸시 밀워드 등이 참석했다.

콜과 밀워드는 앞서 지난 8일 충칭시 박물관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의 전신인 홍군의 창건자로 통하는 주더(朱德)의 증손자·손녀인 류닝, 류인나와 함께 스틸웰 사령관의 140주기 기념식수를 했다.

스틸웰 사령관은 당시 중국 지도자였던 장제스와 군 통수권 문제로 갈등을 빚기도 했으나, 전구 사령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해 일본군을 격퇴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더는 1946년 스틸웰 사령관이 사망했을 때 미국이 위대한 장군을 잃었으며 중국인들은 위대한 친구를 잃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20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중·미 관계 발전을 추진하고 양국 인민의 친선을 증진하기 위한 역사적 공헌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관심을 끌었다.

시 주석은 "중국인은 정의를 중시한다.

우리는 '라오 펑유'(老朋友·오랜 친구)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라오 펑유는 신뢰하는 인사를 지칭할 때 쓰는 표현이다.

키신저 전 장관은 1970년대 미·중 양국 사이에서 '핑퐁외교'를 주도한 인물로 중국을 100차례 이상 방문했을 정도로 중국통이지만 올해 100세로 고령이다.

이외에 시 주석은 지난 6월 16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를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만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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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중국 지도부의 '오랜 친구' 활용 외교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미국 측의 첨단반도체·양자컴퓨팅·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중국 이전·투자 제한, 그리고 중국 측의 첨단 반도체 제조 시 핵심 광물인 갈륨·게르마늄 수출 제한 조치로 미·중 간에 갈등과 대립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오랜 친구'를 통한 중국의 메시지 전달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SCMP는 지난달 30일 자에서 "오래된 친구를 이용하는 외교 전술은 중국과 미국 간에 단절이 커지고 있다는 걸 암시한다"고 짚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