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공방 거세지만 애초부터 범부처 지원 필요성 꾸준히 거론
여가부 전 장관들, 2017∼2022년 새만금 방문 2차례 그쳐
잼버리 파행에 중앙부처도 책임론…여가부 총체적 부실 도마
폭염 속 생존 체험 논란을 부른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폐막(12일)이 다가오면서 행사 파행의 책임을 따지는 후속 조치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중앙부처와 지자체 간 책임 공방이 빚어지는 가운데 그간 잼버리 준비 관련 보고서 등을 보면 애초부터 범정부 차원의 지원 필요성이 꾸준히 거론돼 왔다는 점에서 행사를 주관한 전라북도뿐 아니라 중앙부처 역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청소년 정책인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의 책임론이 가장 크게 불거지고 있다.

◇ 조직위에 사실상 전 중앙부처 포함…'잼버리 특별법' 근거
10일 여가부에 따르면 여가부가 지난 3월 국회에 제출한 잼버리 조직위 위원총회 위원명단에는 조직위에 김현숙 여가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당시 장관 대행),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태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등 공동 조직위원장 5인과 집행위원장인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이름을 올렸다.

위촉직으로 최상대 기획재정부 제2차관, 장상윤 교육부 차관,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 이도훈 외교부 제2차관, 이노공 법무부 차관,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유제철 환경부 차관 등이 포함돼있다.

부처별 중점 지원과제도 전 부처에 걸쳐 있다.

정부가 2018년 12월 말 새만금 잼버리에 대한 국가의 행정·재정적 지원을 규정한 세계잼버리 지원 특별법을 제정한 데 따라 배정된 부처별 잼버리 중점지원 과제는 교육부, 외교부, 보건복지부, 경찰청,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국토교통부, 국방부를 아우르는 전 부처에 배정돼있다.

실제 잼버리 조직위가 지난해 12월 작성한 '세계 잼버리 정부 중점지원과제 추진현황' 자료에도 보면 '세계잼버리는 대한민국 저력과 위상을 높이고 국책사업인 새만금의 투자유치와 내부개발을 촉진할 수 있는 코로나19 이후 최대 규모의 지구촌 청소년 축제'라며 이를 위해 잼버리에 대한 범부처 지원 필요성, 긴밀한 범부처 협업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여가부뿐 아니라 교육부, 외교부, 보건복지부, 질병청, 국방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국토부, 문체부, 환경부 등 사실상 전 부처별 중점지원 과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전 중앙부처가 잼버리 부실운영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 4일에야 앞으로 잼버리를 중앙정부가 책임지겠다고 밝히면서 이전까지의 잼버리 부실운영은 전북도에 책임이 있다는 것처럼 선을 그었다.

특별법에 따라 꾸려진 정부지원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는 2021년 11월과 올해 3월 단 두 차례 열리는 데 그쳤고, 김현숙 장관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 등 공동조직위원장 5인과 집행위원장인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모이는 회의는 대회를 두 달 앞둔 지난 6월 16일 열렸다.

개막 전까지 5인의 공동위원장이 모인 회의는 이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잼버리 파행에 중앙부처도 책임론…여가부 총체적 부실 도마
◇ 김현숙, 국감서 "문제없다" 장담 후 4월 말에야 현장 방문
중앙부처 중에서도 청소년 주무부처이자 김현숙 장관과 이기순 차관, 박난숙 청소년가족정책실장이 모두 조직위 당연직 위원을 맡은 여가부는 가장 큰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여가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장관 일정을 보면 김현숙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잼버리 준비 상황에 대해 "문제없다"라고 장담한 이후에도 잼버리가 임박한 4월 말까지 단 한 번도 현장에 가지 않았다.

지난해 5월 취임한 김 장관이 지난 7월까지 소화한 잼버리 관련 일정은 총 11회인데, 이중 새만금 일대 현장 방문은 총 3번에 그쳤다.

이중 첫 방문은 국정감사 직전인 지난해 9월 이뤄졌고, 나머지 두 번은 잼버리가 임박한 4월 말과 5월 중순이었다.

전임 여가부 장관 중에서 새만금 현장을 찾은 사람은 정영애 장관뿐이다.

그는 2021년 5월 13일 잼버리 현장방문을 했고, 이 밖에도 같은 해 6월과 11월 두 차례 관련 일정을 소화했다.

새만금 잼버리 유치 결정이 난 2017년 8월부터 지난해까지 역대 여가부 장관들이 공식 일정으로 새만금 현장을 찾은 건 두 번뿐인 셈이다.

이정옥·진선미 장관이 소화한 잼버리 일정은 없었으며, 정현백 전 장관은 '2023 세계잼버리 유치 결정을 위한 제41차 세계스카우트총회 참석 및 유치 지원'을 위해 아제르바이잔에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아울러 정 전 장관을 비롯해 잼버리 준비를 이유로 해외 출장을 다녀온 여가부 공무원 14명 중 현재 부처 내 세계잼버리 지원단에 속한 사람은 1명도 없다.

정부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따르면 여가부는 2016∼2019년 4년간 가나, 케냐, 미국, 베네수엘라, 수리남, 아제르바이잔 6개국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자는 강은희·정현백 당시 장관 등 총 14명(통역사 제외)이다.

이중 현재 여가부 잼버리 추진단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여가부 관계자는 "공무원 인사 제도인 순환보직의 특성에 따른 것"이라며 "출장 다녀온 공무원들의 현 잼버리 담당자들에 대한 업무 인수인계는 철저히 이뤄졌다"라고 해명했다.

잼버리 파행에 중앙부처도 책임론…여가부 총체적 부실 도마
◇ 성범죄엔 "경미", 조기철수엔 "위기대응 역량"…연일 실언
정치권에서는 잼버리 폐막 이후 여가부에 대한 대대적인 감찰과 감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실도 잼버리 행사가 매끄럽지 못하게 진행된 경위를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으며, 감사원도 감사를 염두에 두는 분위기다.

여가부는 2018년부터 국회를 중심으로 제기된 잼버리 진행 우려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여가위 등은 잼버리 기반 시설 설치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을 지적했고, 조직위 인건비 책정의 타당성을 판단할 기준이 사실상 없는 상태라는 점도 짚었다.

그러나 결국 이번 잼버리에 투입된 총예산 1천171억원 가운데 74%를 차지하는 870억원이 조직위 운영비 및 사업비로 잡혀 논란이 일었다.

대원들에게 원성을 샀던 화장실과 샤워장, 급수대 등 숙영 편의시설 설치 등 시설비에는 전체 예산의 11% 수준인 130억원만이 집행됐다.

이런 가운데 김 장관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행사가 제대로 열리겠냐'라는 질의에 "물론이다.

차질 없이 준비하게 될 것이다"라고 자신했었던 발언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와 더불어 김 장관의 부적절한 발언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며 김 장관의 입지가 좁아지는 모양새다.

그는 지난 6일 브리핑에서 잼버리 영내 성범죄 의혹에 대해 "경미한 것으로 보고받았다"라고 말해 비판을 받았으며 8일에는 잼버리 '조기 철수 사태'와 관련 "한국의 위기 대응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시점"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런 논란이 이어지면서 당초 김 장관은 9일 오전 서울 잼버리 임시프레스센터에서 일일 브리핑을 열기로 했다가 취소했다.

여가부는 정부 잼버리 비상대책반 회의가 길어졌다는 이유로 브리핑 시간을 늦췄다가 이후에는 아예 취소됐다고 발표했지만, 일각에서는 연일 이어지는 김 장관의 말실수 때문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이날 브리핑은 결국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오후 브리핑으로 대체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