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 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사 앞에서 노인 폄하 발언과 관련해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사진=뉴스1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 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사 앞에서 노인 폄하 발언과 관련해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사진=뉴스1
"가죽을 벗기고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윤리정당으로 거듭나게 하겠다."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닻을 올린 지난 6월 김은경 위원장이 밝힌 포부였다. 하지만 정작 혁신위가 위원장의 '윤리 리스크'에 부딪히면서 좌초된 모양새다. 오는 9월까지 활동이 예상됐던 혁신위는 김 위원장의 '노인 폄하' 논란으로 동력을 잃기 시작하면서 10일 조기 종료를 선언했다.

혁신위는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코인 논란' 등으로 추락한 당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지난 6월 20일 공식 출범했다. 당초 위원장으로 지명됐던 이래경씨가 '천안함 자폭' 설화로 사퇴하는 우여곡절 끝에 김 위원장이 혁신위 키를 잡았다.

하지만 김 위원장도 지명되자마자 논란을 자초했다. 위원장으로 지명된 지난 6월 15일 언론에 "돈 봉투 사건이 (검찰에 의해) 만들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면서다. 여권에서는 "이래경씨와 별 다를 바가 없다", "민주당의 뻔뻔한 주장을 되풀이하는 사람이 무슨 혁신을 하겠나" 등 비판이 제기됐다.
노인 비하 발언 논란에 휩싸인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3일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를 방문해 김호일 대한노인회장과 면담을 마친 뒤 취재진 앞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김병언 기자
노인 비하 발언 논란에 휩싸인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3일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를 방문해 김호일 대한노인회장과 면담을 마친 뒤 취재진 앞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김병언 기자
설화는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지난 7월 16일에는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자기 계파를 살리려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해 비명계 의원들로부터 반발을 샀다. 나흘 뒤에는 당 초선 의원들을 코로나19로 학력 저하를 겪은 학생에 비유했다가 지적을 받았다.

지난 7월 30일 결정적인 논란이 시작된다. 김 위원장은 당시 청년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은 수명에 따라 투표권이 주어져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노인 폄하' 논란을 야기했다.

이후 김 위원장은 반발하는 노인들을 찾아 사과하는 자리에서 "시댁 어른들도 남편 사후에 제가 18년을 모셨다"고 했다가 또 진실 공방에 휘말렸다. 김 위원장의 시누이가 김 위원장이 거짓말을 했다고 폭로했고, 이에 김 위원장의 아들이 맞서면서 '가족사'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결국 김 위원장은 이날 위원장 사퇴와 혁신위 활동 마무리를 결정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활동 종료를 선언하면서 "그동안 부족한 말로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했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니까 사퇴하시는 게 좀 더 낫겠죠."

비명계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이날 오전 라디오에 나와 한 말이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