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고 개성 강한 영화…레퍼런스 수집하지 말라고 지시"
정우성 "영화 '보호자'는 액션 누아르 아닌 블랙 코미디"
"액션 누아르는 아니라고 봐요.

감성 액션 또는 블랙 코미디라고 생각했죠."
감독 겸 배우 정우성은 10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이 연출과 주연을 맡은 영화 '보호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폭력 조직에 몸을 담았던 수혁(정우성 분)이 10년의 감옥살이를 마치고 출소해 딸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겪는 일을 그렸다.

수혁은 '평범한 삶'을 살기로 결심하지만, 폭력 조직의 2인자인 성준(김준한)은 2인조 킬러 우진(김남길)과 진아(박유나)에게 수혁을 제거하라고 시킨다.

이 영화에선 맨몸 격투뿐 아니라 자동차 추격과 총격 등 다양한 액션이 펼쳐진다.

역동적인 액션 장면들 사이에 실소와 같은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들이 끼어든다.

정우성은 평소 진지한 이미지가 블랙 코미디와는 안 어울린다는 지적엔 "가까이 일하는 동료들은 저의 실없는, 끊임없는 농담을 많이 봤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유엔난민기구 친선 대사다 보니 사회적 이슈가 결부된 민감한 부분에서 제 이름이 거론되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진지한 이미지로 각인될 수 있다"며 "진지함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시답잖은 웃음과 같은 것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호자'에서 수혁에게 열등감을 가진 성준이 자기 속내를 숨기려는 듯 과장된 행동을 하거나 우진이 광기에 사로잡힌 듯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것도 웃음을 자아낼 수 있는 요소라는 게 정우성의 설명이다.

정우성은 최근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에도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그는 "개그맨들의 웃음을 주는 연기의 고단함, 난이도, 고민에 대해 존경심까지 가진 것 같다"며 "SNL엔 또 나가고 싶다"고 털어놨다.

정우성 "영화 '보호자'는 액션 누아르 아닌 블랙 코미디"
정우성은 '보호자'가 "새롭고 개성이 강한 영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통 영화 작업을 하면 프리 프로덕션(사전 제작) 단계에서 스태프와의 원활한 소통이란 명목하에 레퍼런스(참고자료)를 많이 수집한다"며 "저는 연출부에 처음으로 내린 감독으로서의 지시가 레퍼런스를 모으지 말라는 거였다"고 말했다.

이어 "시나리오에 필요한 영상과 이미지는 시나리오 안에서 찾아낼 수 있어야 하고, 그걸 찾아가려고 노력했다"며 "제 나름대로는 그게 '보호자'다운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한때 폭력 조직에 있었던 사람이 새 삶을 추구한다는 '보호자'의 이야기 구도 자체는 새로운 게 아니다.

익숙한 이야기에 액션과 캐릭터로 새로움을 입힌 것이다.

정우성은 "'클리셰'(상투적인 것)인 스토리를 가지고 연출을 한다는 건 큰 도전이었다"며 "제가 저다운 시선으로, 저다운 고민으로 완성한다면 이 도전도 나름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혁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폭력의 시대를 부정하고 후회하는 사람"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딸을 구하기 위해 폭력을 써야만 하는) 수혁의 선택은 딜레마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보호자'의 제작 과정에선 어려운 일도 많았다고 한다.

정우성은 2020년 부친상을 당했을 때를 회고하며 "하루 이틀 미루는 것조차 프로젝트에 큰 누가 된다는 생각에 (장례를 치르러) 짧은 시간 서울에 왔다가 바로 액션 촬영을 했는데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에 대해선 "장르에 대한 고민을 요즘 많이 하고 있다"며 "통쾌하고 단선적인 액션을 한번 해볼까, 아니면 인간의 심리를 파고들어 볼까, 그런 고민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우성은 가장 영향을 받은 감독으로는 김성수 감독을 꼽고 "감독으로서의 무한 책임, 그걸 두려워하지 않고 어떻게든 짊어지려고 하는 야전사령관과 같이 든든한 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김 감독의 '아수라'(2016), '무사'(2001), '태양은 없다'(1998), '비트'(1997년) 등에 출연한 바 있다.

그는 어느 영화보다 자기 색깔이 많이 들어간 '보호자'의 개봉을 앞두고 긴장감을 감추지 않았다.

"자, 이제 '보호자'란 배가 출항하는 거잖아요, 넓은 바다로. '어떤 풍파를 맞을까' 그런 생각들로 떨리는 거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