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 중 첫 물가하락…中 전문가는 "일시적 현상" 주장
中 7월 소비자물가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디플레이션 현실화(종합)
중국의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생산자 물가도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오면서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0.3% 하락했다.

전망치인 -0.4%보다는 0.1%포인트 높았지만, 전달(0.0%)보다 하락한 수치다.

비식품 물가는 전년 동월과 같았으나 식품 물가가 1.7% 낮아져 하락세를 주도했다.

중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육류로서 소비 규모가 큰 돼지고기 가격이 26%나 떨어진 것이 주요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7월의 상품 물가는 1.3% 떨어졌고, 서비스 물가는 1.2% 상승했다.

중국 CPI가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021년 2월(-0.2%) 이후 처음이다.

다만 1~7월 전체로 보면 전년 동기대비 0.5% 올랐고, 7월 CPI는 6월과 비교해서는 0.2% 상승했다.

중국의 월간 CPI는 지난 1월 2.1%를 기록한 뒤 1.0%(2월)→0.7%(3월)→0.1%(4월)→0.2%(5월) 등으로 하락 추세를 보이다가 6월에는 0.0%를 기록하며 마이너스 전환을 예고한 바 있다.

중국을 둘러싼 디플레이션 우려는 '위드 코로나'로의 본격적인 전환에도 불구하고 경제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딘 상황에서 심각한 내수 부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대규모 가격 인하 등 저가 공세에 나서면서 물가하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의 7월 CPI에 대해 "2021년 8월 일본이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한 이후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소비자물가가 하락한 것은 중국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일본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진 '잃어버린 30년'과 유사한 저성장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중국의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년 동월 대비 4.4% 낮아졌다.

전월 -5.4%에 비해서는 낙폭을 줄였지만, 시장 전망치인 -4.0%를 밑돌았다.

중국에서 CPI와 PPI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20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PPI는 지난해 10월 이후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같은 소비자 물가와 생산자 물가의 동시 하락이 디플레이션 신호라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의 로빈 싱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중국이 확실히 디플레이션에 빠졌다"며 "문제는 디플레이션이 얼마나 지속되느냐인데, 이것은 재정·통화 정책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 전문가들은 7월 CPI 하락은 일시적인 것으로 반등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둥팡진성(東方金誠) 국제신용평가유한공사의 왕칭 수석 거시경제 분석가는 펑파이신문과 인터뷰에서 "7월 CPI 하락은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현상으로 8월에는 상승 국면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며 광의 통화량(M2)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향후 디플레이션에 빠져들 위험은 적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