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결이 6일(현지시간)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은 이날 열린 결선 무대.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제공
윤한결이 6일(현지시간)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은 이날 열린 결선 무대.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제공
이젠 클래식에도 ‘K’를 붙이는 게 낯 뜨겁지 않은 일이 됐다. 가요와 영화, 드라마 못지않게 클래식에서도 한국이 세(勢)를 불리고 있어서다. 국제 콩쿠르에서 수상하는 횟수가 부쩍 늘었고 영역도 피아노, 바이올린 등 일부 악기에서 남자 성악, 지휘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동네마다 있는 피아노 학원’으로 대표되는 탄탄한 교육 인프라와 한국종합예술학교가 낳은 영재 교육 시스템이 멈추지 않는 한 ‘K클래식의 해외 콩쿠르 점령’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차세대 지휘자’ 예약한 윤한결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콩쿠르 심사위원단은 6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이 대회 우승자로 윤한결(29)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 콩쿠르에서 한국 지휘자가 정상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심사위원단은 “윤한결의 지휘는 카리스마 있고, 준비가 철저했고, 기술적으로도 뛰어났다”며 “그의 지휘는 음악을 흉내 내는 게 아니라 마음속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게 한다는 점을 느끼게 해줬다”고 평가했다.

20세기 최고 지휘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카라얀을 기리기 위해 2010년 설립된 이 콩쿠르는 길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차세대 지휘자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다. 영국 버밍엄 심포니 수석 객원지휘자인 미르가 그라지니테 틸라, 스트라스부르필하모닉 음악감독인 아지즈 쇼카키모프 등이 이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쥔 뒤 세계적인 지휘자 반열에 올랐다.

올해 대회에는 54개국의 젊은 지휘자 323명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걸 뚫고 우승한 윤한결은 선배 우승자들과 같은 길을 걸을 채비를 마쳤다. 이제 막 상을 받았는데, 벌써부터 유명 오케스트라로부터 섭외 요청이 들어오고 있어서다. 다음달로 예정된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와의 공연도 우승 직후 새로 잡힌 일정이다. 윤한결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리허설 때 준비한 걸 무대에서 온전히 보여주겠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연주가 기대보다 훨씬 좋았다”며 “우승자로 호명됐을 땐 모든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는데 이제야 실감이 난다”고 했다.

결선 무대에서 체임버 오케스트라인 카메라타 잘츠부르크를 지휘한 윤한결은 로시니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서곡, 멘델스존 교향곡 3번 ‘스코틀랜드’, 신동훈의 창작곡 ‘쥐와 인간의’ 등 네 곡을 무대에 올렸다. 윤한결은 “청중과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계속 찾는 지휘자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악기, 성악 이어 지휘까지 점령

윤한결이 지휘 분야의 권위 있는 상을 받으면서 “K클래식 전성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들어서만 세계 3대 콩쿠르 중 2개 대회에서 우승자를 배출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를 거머쥔 바리톤 김태한과 차이콥스키를 접수한 바이올리니스트 김계희, 첼리스트 이영은, 테너 손지훈이 주인공이다.

눈에 띄는 건 한국이 잘하는 분야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피아노 부문에선 조성진(2015년 쇼팽), 선우예권(2017년 밴 클라이번), 임윤찬(2022년 밴 클라이번) 등이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정상에 올랐고, 바이올린에선 양인모가 홀로 2개 콩쿠르(2015년 파가니니, 2022년 시벨리우스)를 접수했지만 다른 분야에선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플루트 등 관악기와 바리톤·테너 등 남자 성악, 지휘 등으로 K클래식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 윤한결 칼럼 읽으세요

윤한결(29)은 지휘만큼이나 글도 잘 쓰는 예술인이다. 지난 5월부터 대한민국 대표 문화예술 플랫폼 ‘아르떼’에서 ‘지휘와 작곡 사이’라는 칼럼을 쓰고 있다. 이 칼럼에 그는 독일에서 12년 이상 거주하며 보고, 듣고, 생각하는 기록을 담고 있다.

김수현/최다은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