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윤한결…"러브콜 끊이지 않는 지휘자 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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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윤한결 인터뷰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한국인 첫 우승
차세대 지휘자 등용문…쇼카키모프 등 배출
"악단 규모 고려…음악적 효과 큰 작품 선정"
단원들과의 '소통' 집중…"연주 방식 존중"
"최대한 많은 오케스트라와 호흡하고 싶어"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한국인 첫 우승
차세대 지휘자 등용문…쇼카키모프 등 배출
"악단 규모 고려…음악적 효과 큰 작품 선정"
단원들과의 '소통' 집중…"연주 방식 존중"
"최대한 많은 오케스트라와 호흡하고 싶어"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 또 하나의 낭보가 날아들었다. 지휘자 윤한결(29)이 지난 6일(현지시간) 폐막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Herbert von Karajan Young Conductors Award)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
2010년 출범한 이 콩쿠르에서 한국 지휘자가 정상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세기 최고 지휘자 중 한명으로 꼽히는 카라얀을 기리기 위해 설립한 카라얀 협회와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주관하는 이 콩쿠르는 ‘차세대 지휘자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다. 영국 버밍엄 심포니 수석 객원지휘자 미르가 그라지니테 틸라,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음악감독 아지즈 쇼카키모프 등이 이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쥔 뒤 세계적인 지휘자 반열에 올랐다.
윤한결도 같은 길을 걸을 채비를 마쳤다. 이제 막 상을 받았는데, 벌써부터 유명 오케스트라로부터 섭외 요청이 들어오고 있어서다. 내달로 예정된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와의 공연도 우승 직후 새로 잡힌 일정이다.
윤한결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리허설 때 준비한 걸 결선 무대에서 온전히 보여주고 싶은 생각뿐이었는데, 오케스트라 연주가 나의 기대보다 훨씬 좋았다. 그걸로 충분히 기뻤다"며 "우승자로 이름이 호명됐을 땐 오히려 모든 것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몇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야 실감이 난다."고 했다.
그는 이번 콩쿠르 우승으로 상금 1만5000유로(약 2100만원)와 내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지휘할 기회를 얻는다. 결선 무대에서 카메라타 잘츠부르크를 지휘한 윤한결은 로시니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서곡, 멘델스존 교향곡 3번 ‘스코틀랜드’, 신동훈의 창작곡 ‘쥐와 인간의’ 등 네 곡을 무대에 올렸다. 카메라타 잘츠부르크가 체임버 오케스트라(소규모 관현악단)인 점을 고려해 작은 편성에서 가장 큰 음악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곡으로 레퍼토리를 구성한 게 그의 선곡 전략이었다.
"오케스트라 규모만 따지면 고를 수 있는 작품이 매우 한정적이었어요. 그래서 주어진 조건 안에서 표현의 폭을 최대한으로 넓힐 수 있는 곡을 찾는 일에 집중했죠. 그렇게 오래 고민하고 고른 작품이 바로 멘델스존 교향곡 3번이었어요. 여러 가지 색채, 악상, 감정 등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곡이라 확신했죠. 물론 그만큼 더 밀도 있는 소리와 호흡이 필요했기에 매일 머리를 싸매고 작품 분석에 매달렸어요.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악보를 놓을 수가 없더라고요."
오케스트라 단원들과의 긴밀한 '소통'도 주효했다. "완성도 높은 연주를 위해선 단순히 연주자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을 넘어 단원들이 스스로 작품에 대해 이해하고, 악보 안에 담긴 감정을 끌어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들의 연주 방식을 존중하는 선에서 보다 정갈하게 원하는 바를 전하려 했죠. 오케스트라를 강하게 이끄는 것보다 단원들과 하나의 에너지를 이루고 이를 통해 온전한 음악을 펼쳐내는 게 더 큰 힘을 발휘할 거라 믿었습니다." 차세대 지휘자로 떠오른 그지만, 처음 음악계에 발을 들인 건 작곡 공부를 하면서다. 서울예고에서 1학년 1학기까지 다닌 뒤 독일로 건너간 그는 뮌헨 음대에서 작곡과 지휘를 함께 공부했다. 지휘자로서의 남다른 재능은 숨길 수 없었다. 2019년엔 메뉴힌 페스티벌에서 네메 예르비 지휘상을 받으며 세계에 이름을 알렸고, 지난해 11월에는 지휘 거장 사이먼 래틀, 다니엘 바렌보임, 정명훈 등이 소속된 세계적 클래식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사인 아스코나스 홀트와 전속 계약을 맺으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작곡할 땐 항상 책상에 앉아 악보만 바라보며 머리를 쥐어짜야 했어요. 시간이 갈수록 무대에 올라 사람들과 음악적으로 소통하고 싶단 욕구가 커졌죠. 결과적으론 그 모든 시간이 지휘자로 성장하는 데 좋은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정말 써보고 싶은 작품이 떠오르면 작곡도 하겠지만, 일단 지금은 지휘에 온전히 몰두하고 싶어요. 지휘자로서 계속해서 좋은 작품을 공부하고 연주하는 게 나중에 작곡을 다시 하게 된다 해도 분명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지휘자로서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계속해서 부르고 싶은 지휘자가 되고 싶어요. 그것만큼 청중과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만족했다는 증표는 없다고 생각해요. 지휘자로서 앞으로 활동할 기간이 더 긴 만큼 최대한 많은 오케스트라를 만나면서 바쁘게 살고 싶어요. 빈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을 이끄는 건 지휘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일 중 하나겠죠. 더 바랄 수 있다면 지휘를 시작한 때부터 깊이 애정한 독일 뮌헨의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도 꼭 한번 호흡을 맞춰보고 싶어요. 욕심이 너무 많은가요. 하하."
김수현/최다은 기자 ksoohyun@hankyung.com
2010년 출범한 이 콩쿠르에서 한국 지휘자가 정상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세기 최고 지휘자 중 한명으로 꼽히는 카라얀을 기리기 위해 설립한 카라얀 협회와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주관하는 이 콩쿠르는 ‘차세대 지휘자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다. 영국 버밍엄 심포니 수석 객원지휘자 미르가 그라지니테 틸라,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음악감독 아지즈 쇼카키모프 등이 이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쥔 뒤 세계적인 지휘자 반열에 올랐다.
윤한결도 같은 길을 걸을 채비를 마쳤다. 이제 막 상을 받았는데, 벌써부터 유명 오케스트라로부터 섭외 요청이 들어오고 있어서다. 내달로 예정된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와의 공연도 우승 직후 새로 잡힌 일정이다.
윤한결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리허설 때 준비한 걸 결선 무대에서 온전히 보여주고 싶은 생각뿐이었는데, 오케스트라 연주가 나의 기대보다 훨씬 좋았다. 그걸로 충분히 기뻤다"며 "우승자로 이름이 호명됐을 땐 오히려 모든 것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몇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야 실감이 난다."고 했다.
그는 이번 콩쿠르 우승으로 상금 1만5000유로(약 2100만원)와 내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지휘할 기회를 얻는다. 결선 무대에서 카메라타 잘츠부르크를 지휘한 윤한결은 로시니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서곡, 멘델스존 교향곡 3번 ‘스코틀랜드’, 신동훈의 창작곡 ‘쥐와 인간의’ 등 네 곡을 무대에 올렸다. 카메라타 잘츠부르크가 체임버 오케스트라(소규모 관현악단)인 점을 고려해 작은 편성에서 가장 큰 음악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곡으로 레퍼토리를 구성한 게 그의 선곡 전략이었다.
"오케스트라 규모만 따지면 고를 수 있는 작품이 매우 한정적이었어요. 그래서 주어진 조건 안에서 표현의 폭을 최대한으로 넓힐 수 있는 곡을 찾는 일에 집중했죠. 그렇게 오래 고민하고 고른 작품이 바로 멘델스존 교향곡 3번이었어요. 여러 가지 색채, 악상, 감정 등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곡이라 확신했죠. 물론 그만큼 더 밀도 있는 소리와 호흡이 필요했기에 매일 머리를 싸매고 작품 분석에 매달렸어요.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악보를 놓을 수가 없더라고요."
오케스트라 단원들과의 긴밀한 '소통'도 주효했다. "완성도 높은 연주를 위해선 단순히 연주자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을 넘어 단원들이 스스로 작품에 대해 이해하고, 악보 안에 담긴 감정을 끌어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들의 연주 방식을 존중하는 선에서 보다 정갈하게 원하는 바를 전하려 했죠. 오케스트라를 강하게 이끄는 것보다 단원들과 하나의 에너지를 이루고 이를 통해 온전한 음악을 펼쳐내는 게 더 큰 힘을 발휘할 거라 믿었습니다." 차세대 지휘자로 떠오른 그지만, 처음 음악계에 발을 들인 건 작곡 공부를 하면서다. 서울예고에서 1학년 1학기까지 다닌 뒤 독일로 건너간 그는 뮌헨 음대에서 작곡과 지휘를 함께 공부했다. 지휘자로서의 남다른 재능은 숨길 수 없었다. 2019년엔 메뉴힌 페스티벌에서 네메 예르비 지휘상을 받으며 세계에 이름을 알렸고, 지난해 11월에는 지휘 거장 사이먼 래틀, 다니엘 바렌보임, 정명훈 등이 소속된 세계적 클래식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사인 아스코나스 홀트와 전속 계약을 맺으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작곡할 땐 항상 책상에 앉아 악보만 바라보며 머리를 쥐어짜야 했어요. 시간이 갈수록 무대에 올라 사람들과 음악적으로 소통하고 싶단 욕구가 커졌죠. 결과적으론 그 모든 시간이 지휘자로 성장하는 데 좋은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정말 써보고 싶은 작품이 떠오르면 작곡도 하겠지만, 일단 지금은 지휘에 온전히 몰두하고 싶어요. 지휘자로서 계속해서 좋은 작품을 공부하고 연주하는 게 나중에 작곡을 다시 하게 된다 해도 분명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지휘자로서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계속해서 부르고 싶은 지휘자가 되고 싶어요. 그것만큼 청중과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만족했다는 증표는 없다고 생각해요. 지휘자로서 앞으로 활동할 기간이 더 긴 만큼 최대한 많은 오케스트라를 만나면서 바쁘게 살고 싶어요. 빈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을 이끄는 건 지휘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일 중 하나겠죠. 더 바랄 수 있다면 지휘를 시작한 때부터 깊이 애정한 독일 뮌헨의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도 꼭 한번 호흡을 맞춰보고 싶어요. 욕심이 너무 많은가요. 하하."
김수현/최다은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