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세지는 '기업 저승사자'…근로감독 어떻게 바뀌나
고용부, 4년 만에 근로감독관 집무규정 대폭 개정
일자리 으뜸기업이 받던
정기감독 면제권 축소
직장 내 괴롭힘 판단하는 5~7인 전문위원회 설치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을 지난달 23일 개정했다. 집무규정은 근로감독관들이 현장에서 근로감독을 할 때 참고하는 내부 규정집이다. 직접적으로 기업 등 근로감독 대상자들에게 효력이 있는 법률은 아니지만, 근로감독관들의 행동 준칙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큰 관심을 보이는 사안이다. 2021년에도 개정된 바 있지만, 눈에 띄는 대대적 규정은 2019년 이후 4년만이다. 이번 새 집무규정은 근로감독 분야와 신고사건 분야에서 변화가 보인다.

정기감독 면제 대상 대폭 축소

근로감독 분야에서는 감독대상을 확대한 점이 눈에 띈다. 추후 근로시간, 임금체불 등과 관련해 강력한 단속에 나서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근로감독은 크게 정기감독, 수시감독, 특별감독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정기감독은 정부의 사전 근로감독 종합 시행계획에 따라 실시하는 감독이다.
수시감독은 정기감독 계획에 반영하지 못한, 노동환경에 취약한 업종 및 분야를 중심으로 별도 계획을 수립해서 실시하는 근로감독이다. 언론 보도 등으로 노동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되거나 개별 민원 접수, 본부에서 시달이 내려온 경우 등이 수시감독 대상이다.통상 정기감독보다 장기간에 걸쳐 심도 있게 법 위반 사항을 확인한다.

특별감독은 중대한 법 위반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고용부는 노동자에 대한 폭행,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중대한 법 위반 사업장에 대해서는 특별감독을 실시한다는 원칙을 밝혔다.

먼저 특별감독 대상을 명확하게 했다. 과거에는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사업장’이 특별감독 대상이었지만, 앞으로는 ‘노동관계법을 위반하는 중대한 행위로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거나 발생 우려가 있어 언론에 보도되는 등 감독 필요성이 상당한 사업장’이 대상이 된다. 과거 수시감독 요건이었던 ‘언론 보도’ 사례가 공식적으로 특별감독 대상이 됐다.
고용노동부  /연합뉴스
고용노동부 /연합뉴스
또 특별감독 실시 요건이 불분명하거나, 일반(정기, 수시)감독 중에 중대한 법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즉시 특별감독으로 전환하는 규정도 신설됐다.

정기감독의 면제 대상도 대폭 축소된다. 고용부는 그간 집무규정에서 고용부가 선정하는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 △노사문화 우수기업·노사문화 대상 기업 등에 이름을 올리면 정부 포상에 더해 3년간 정기 근로감독 면제 혜택을 부여해 왔다. 여러 분야에서 우수기업으로 반복 선정되면서 연속 8년 이상 감독을 면제받은 기업도 있다.

하지만 우수기업이 노동법 위반으로 적발된 사례가 드러나며 논란이 된 바 있다. 최근 5년간 우수 기업 1359곳 중 227곳(16.7%)이 노동법을 위반한 적이 있으며, 최근 7년간 정기근로감독 면제 기간순으로 상위 50개 사업장 중 31곳(61%)에서 산재 198건, 중대재해 3건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개정된 집무규정에 따르면 앞으로 1개 사업장의 정기 감독 면제기간의 한도는 최대 5년으로 제한한다. 면제 기간 중이어도 노동법 위반 등을 이유로 한 신고 사건이 여러 차례 제기되고 근로감독 청원이 들어오는 등 감독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엔 면제 혜택을 취소한다. 또 ‘일자리으뜸 기업’으로 뽑힌 경우라도 다른 충분한 인센티브를 줬다면 면제 대상에서 제외한다.

감독이 종료된 이후, 감독 종료 사실과 처분 내용 등을 사업주에게 문서로 통보하는 등 감독 결과에 대한 피드백도 강화한다. 지금까지는 확인감독 결과보고서를 과장 결재를 받아 종결하고 사업주 통보를 하지 않았다.

자율개선사업과 근로감독 연계도 강화한다. 자율개선 지원사업은 고용부의 위탁을 받은 공인노무사가 현장을 방문해 근로조건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위반 사항 개선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앞으로는 자율개선 거부, 미개선 사업장은 근로감독을 받게 된다. 이전에는 ‘필요한 경우’ 근로조건 자율개선 사업장에 대해 근로감독을 실시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자율사업이라고 가볍게 보게 될 경우, 즉시 근로감독이 들어와도 이상하지 않게 된 셈이다.

직장 내 괴롭힘은 전문위원회에서 판단

직장 내 괴롭힘 신고사건 처리 절차를 개선한다. 재신고 사건을 포함하여 직장 내 괴롭힘 신고사건 처리시 전문위원회 자문을 받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지방고용노동청 등 지방관서에 5~7인 이내(외부위원 3명 이상 포함)의 전문위원회를 설치하고, 자문을 받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애매한 직장내괴롭힘 판단을 위원회의 힘을 빌려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그 설치 규모를 볼 때, 모든 사건에 적용은 어렵고 사회적 물의를 빚거나 법리적으로 복잡한 사건에 한해서 자문위원회의 힘을 빌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 입장에서는 근로감독관의 판단이 도저히 납득이 안되는 억울한 사건을 맞닥뜨리게 된다면, 전문위원회 회부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듯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건 처리결과 공개도 강화한다. 고용부 근로감독관이 해당 사업장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는 ‘내사종결’ 로 사건을 마무리할 때, 신고인에게 구체적인 사유와 근거를 기재해서 회신토록 의무화한다. 이 전에도 회신 의무가 있었지만, 그 판단 사유와 근거를 사안별로 구체적으로 기재해서 회신하도록 한 점이 다르다.

변호인 참여권 보장도 강화한다. 근로감독관이 사건 조사 시,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변호인을 참여하게 하여야 하는 의무규정을 신설한다. 이에 따라 감독관은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등 규정에 따라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변호인을 참여하게 해야 한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