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5000억 중소형주에 꽂힌 큰손들…어떤 종목 투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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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이 연중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지만 어려움을 겪는 투자자들이 많다. 매수세의 대부분이 2차전지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폭등한 종목을 추격하기보다 바닥권에 있는 주식을 담아 순환매를 기다리라고 조언했다. 큰손들이 찜한 종목을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국내외 12개 운용사 조사
6일 한국경제신문이 장기 투자를 지향하는 국내외 12개 자산운용사의 최근 1년 ‘5% 지분 공시’를 조사한 결과 이들 운용사는 37개 종목의 지분을 늘리거나 신규 매수했다. 한 종목의 지분이 5%를 넘으면 거래 내역을 공시해야 한다는 점에 착안해 운용사들의 핵심 종목을 추렸다.

기관들이 지분을 확대했다고 공시된 종목에는 시가총액 5000억원 안팎의 중·소형주가 많았다. 시가총액이 적은 종목들이 5% 공시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5% 공시를 보면 기관들이 어떤 중·소형주를 사들이는지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가 목록에 많았다. KB자산운용과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특수가스를 만드는 티이엠씨 지분을 각각 5.23%, 5.02% 신규 공시했다. 피델리티는 솔브레인과 매커스 지분을 각각 8.15%, 9.94%까지 확대했다. 테크윙, 원익머트리얼즈, 케이엔제이 등도 주요 운용사들이 사들이 종목이었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매력적인 지주사도 큰손들의 선택을 받았다. VIP자산운용은 풍산홀딩스와 HL홀딩스 지분을 각각 8.95%, 7.93%까지 늘렸다. 베어링자산운용은 동아쏘시오힐딩스를 7.04% 사들였고, 실체스터는 LG 지분을 5.02% 확보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오랜 기간 외면받은 지주사는 밸류에이션이 절대적으로 저렴한 곳이 많다”라며 “주가가 재평가될 경우 상승 여력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통·화장품 등 소비재도 많아
큰손들이 사들인 종목에는 미용, 의류, 가구 등 소비재와 유통 관련 기업도 많았다. 화장품과 미용기기는 한류 확산 등에 힘입어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 의류, 음식료, 면세 등 유통 업종은 경기 침체 직격탄을 맞았지만 경기 회복 시 반등이 기대되고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화장품 업체 코스메카코리아와 패션 업체 LF 지분을 각각 6.01%, 6.11% 사들였다. KB자산운용은 미용렌즈 업체 인터로조 지분을 7.2%까지 확대했다. 피델리티는 소파 브랜드 퍼시스와 음식료 업체 광동제약 지분을 각각 8.24%, 9.96%로 늘렸다.

VIP자산운용은 국내 1위 세금 환급 대행사(점유율 60%) 글로벌텍스프리 지분 5.6%를 신규 취득했다. 이 업체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올해 영업이익이 182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69억원) 대비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이밖에 VIP자산운용(KCC글라스·디지털대성), KB자산운용(휴비츠·에코앤드림·SK디앤디), 트러스톤자산운용(한국알콜·아셈스), 피델리티(광주신세계·하이록코리아·이크레더블·동국제약·헥토이노베이션), 오르비스(키움증권·한국금융지주) 등이 지분 확대 종목에 들었다.

전문가들은 오는 4분기께 2차전지 편중이 완화되면서 다른 업종으로 순환매가 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연말 급등했던 2차전지 종목들이 하락해도 다른 업종들이 반등하면서 코스피지수는 완만하게 오르는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의명 기자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