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여파가 여전히 일부 작물 시세에 강력한 영향을 주고 있다.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져 병해충이 발생하는 바람에 양질의 물량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4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전날 국산 사과의 ㎏당 도매가격은 4158원으로, 전주 대비 12.4% 상승했다. 평년(2013~2022년) 8월 가격(2458원)에 비하면 69.2% 비싸다.
폭염에 사과값 12% 올라
사과 가격이 오른 건 전반적인 생산량이 감소한 와중에 작황 부진으로 품질 좋은 사과 물량이 줄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사과 재배면적은 전년 대비 2.0% 줄어든 3만3911㏊가 될 전망이다. 생산량은 17.3% 적은 46만8000t으로 예상된다.

고온다습한 환경에 탄저병까지 확산해 사과 농가가 피해를 봤다. 지난달 27일 사과 주산지인 경북 청송, 봉화, 영주 등에서 열매에 흑갈색 반점이 생기는 탄저병이 발생했다. 지난달 경북 북부지역에는 20일 넘게 비가 오는 등 탄저병이 발생하기 쉬운 기상 조건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예년보다 열흘 정도 일찍 병이 확산했다. 연관 지방자치단체들은 탄저병 확산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병든 과실을 조기에 제거하는 등의 방역작업을 이달 말까지 이어갈 계획이다. 밥상에 오르는 주요 작물 역시 긴 장마 여파로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전주 대비 가장 큰 폭(97.2%)으로 가격이 오른 작물은 양배추다. 전날 국산 양배추는 도매시장에서 ㎏당 1155원에 거래됐다.

평년 8월 평균 가격(641원)에 비하면 80.2% 비싸다. 장마기간 물을 머금은 양배추가 짓무르는 현상이 나타나며 상품성 높은 양배추 물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한 대형마트 신선식품 바이어는 “다음주 양배추 주산지인 강원 지역에 태풍 소식이 있다”며 “태풍 피해가 크면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