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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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작가 주호민 씨가 발달장애 아들을 담당한 특수교사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 및 재판 논란이 커지자 장문의 입장문을 통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주 씨의 사과에도 여론은 여전히 주 씨 가족에게 비우호적인 모습이다.

'사과'만 17번 언급했는데…

한경닷컴이 A4용지로 따지면 약 8페이지에 걸친 주 씨의 2일 입장문에서 단어 빈도를 집계한 결과, 아이(61), 교사(45), 저희(44), 생각(25), 상황(23), 학교(21), 선생님(18), 사과(17) 등 순으로 집계됐다.

통계에서 볼 수 있듯 입장문 중심에는 주 씨 아들이 위치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도 입장문 후반부에 "열 살짜리 자폐 아이를 성에 매몰된 본능에 따른 행위를 하는 동물처럼 묘사하는 식의 보도들이 쏟아지고 있다"며 "부모로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저에 대한 자극적 보도는 감내할 수 있지만 이것만은 멈춰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웹툰작가 주호민씨가 2일 유튜브 커뮤니티를 통해 내놓은 입장문 단어 빈도. /그래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웹툰작가 주호민씨가 2일 유튜브 커뮤니티를 통해 내놓은 입장문 단어 빈도. /그래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그는 '선생님'과 '교사'라는 용어를 혼용했는데, 18번 언급된 '선생님' 중 아들을 담당한 특수교사를 가리킨 '선생님'은 7번이었다. 45번 언급된 '교사' 중 약 10번을 제외한 나머지는 해당 교사를 지칭했다. 교사보다 선생님이 덜 친근한 어감을 가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여전히 해당 교사에 대해 섭섭한 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주 씨는 또 '저희', '생각', '상황', '학교' 등을 자주 언급하며 주 씨 측 입장이나 상황 등을 설명하거나 토로했다.

특히 주 씨 입장문에서 '사과'만 17번 언급됐는데, 이중 다른 학부모에 대한 사과가 6번이었다. 주 씨가 아들을 담당한 특수교사에게 언급한 것은 없었다. 특수교사 전체를 향해 언급한 사과는 1번이었다. 오히려 해당 교사에게 과거에 바랬거나, 앞으로도 바란다는 뜻으로 쓰인 사과가 8번이었다.

대신 그는 "재판으로 다투게 되면 상대 교사에게도 큰 고통과 어려움이 될 텐데 한 사람의 인생을 재판을 통해 끝장내겠다는 식의 생각은 결단코 해 본 적이 없다. 수사 절차와 재판 절차에 대해 저희는 너무나 무지했다"며 "직위해제 조치와 이후 재판 결과에 따라 교사의 삶이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에 책임감을 느낀다. 여기까지 와버렸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라도 가능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인과 상의해 해당 교사에 대해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해당 교사나 특수 교사들에 대한 사과를 열거하기보단 주 씨 측 관점에 방점을 찍다 보니 입장문 발표 후에도 대중들이 이를 진정한 사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부정적인 시각을 보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특수교육 권위자이자 주 씨 측이 법원에 제출한 녹취록을 분석한 류재연 나사렛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지난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밝힌 주호민 씨 2차 입장문과 관련하여 그의 거짓과 피해 교사에 대한 고상한 모욕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주호민 씨가 어떻게 살짝살짝 거짓말을 섞어서 자신을 방어하고, 피해 교사를 은밀하고 고상한 표현으로 공격했는지를 조만간 면밀하게 공개하겠다"고도 했다. 다만 그는 주 씨의 자세에 대해 비난은 자제하는 한편 주 씨의 아내에게 "주호민 씨는 지금 당신이 한 일을 수습하기 위해 가장으로서, 최선의 일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과 담긴 입장문에도 부정 여론 증가

소셜 데이터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주 씨에 대한 8월 2주차 긍·부정 언급량 상위권은 혐의(5509건), 잘못하다(4191건), 물의 빚다(3826건), 논란(3724건), 고소하다(3195건) 등 순이었다.

전주 언급량은 긍정 20.3%·부정 75.4%·중립 4.3%였으나 이주에는 긍정 20.4%·부정 76.1%·중립 3.5%로 중립은 줄고 긍정은 0.1%포인트 오르는 데 그친 반면 부정 여론이 1%포인트 넘게 더 늘어난 모습이다.
웹툰작가 주호민씨 소셜미디어 긍·부정 언급량 /표=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웹툰작가 주호민씨 소셜미디어 긍·부정 언급량 /표=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언급량 상위권에 있으나 인공지능(AI)이 긍정어로 분류한 '고소하다'와 '지지하다' 등도 주 씨가 해당 교사한테 한 행위인 고소를 언급하거나, 해당 교사를 복직시키는 데 앞장선 학부모나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을 '지지한다'는 뜻으로 쓰여 사실상 주 씨에게 반하는 내용에 해당한다. 이를 고려하면 주 씨에 대한 긍정 여론이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 사건으로 교사들에 대한 여론은 우호적이고 학부모나 아이들의 행태에는 비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점도 주 씨가 여론 반전을 꾀하기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여기에 주 씨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 청와대를 다녀간 후 '파괴왕'으로 이름을 알리는 등 언행으로 그를 '진보'로 규정하는 일부 보수 지지층 탓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호민이 쏘아올린 공에 반응한 정치권

일각에서는 주 씨 측과 특수교사 모두 잘못이 없지 않다는 입장도 나온다. 특히 주 씨가 입장문을 공개한 날 해당 사건의 공소장이 공개되면서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공소장에 따르면 해당 특수교사는 주 씨 아들에게 "진짜 밉상이네",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는 거야", "넌 ○반에도, 친구들한테도 못 가" 등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그전까지 주 씨 측에 대한 비난만 가득했던 보도 댓글 목록에 "선생님 말에도 문제가 있다", "맥락이 잘린 말들이어도 저런 말은 상처지 훈육이 될 수 없다. 선생도 잘한 것 하나 없다" 등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다운증후군 딸을 둔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2일 페이스북에서 "양쪽의 입장이 모두 이해가 간다"면서 "장애 학생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선 특수교사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분간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에서도 발달장애 아동과 특수교사 등 교육 환경에 대한 성찰이 있었다. 지난 3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에는 "아동학대를 막으면서도 교사들이 불합리한 징계에 시달리지 않도록 제도 개선에 착수하겠다"는 말이 나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특수교육 인력 확충과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국회에서 지원 방안을 폭넓게 검토하고 교육위원회를 중심으로 입법화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