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장지수펀드(ETF)의 투자 수요가 양극화됐다. 약세장에 대비할 수 있는 ‘버퍼형 ETF’가 관심을 끄는 가운데 단일 상품에 투자해 위험도가 높은 ETF에도 수요가 모이고 있다.

미국 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회피 성향 투자자와 위험 선호 투자자의 ‘선택’이 극명하게 갈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급부상하는 단일 상품 ETF

2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단일 주식이나 채권을 편입한 ETF의 운용자산(AUM)이 최근 불어나고 있다. ‘미국 국채 3개월물 ETF’(티커 TBIL)의 순유입액은 출시 10개월 만에 10억달러를 넘겼고 현재 AUM은 13억3000만달러가 됐다. 과거 채권 ETF 대부분은 만기가 다양한 국채를 담아 왔는데, TBIL은 3개월물 국채 한 가지만 편입하는 ETF로 이목을 끌었다. 만기가 짧은 채권에 투자하려는 수요를 효과적으로 공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몰빵형 vs 위험분산형…ETF 투자 양극화
단일 기술주 ETF도 인기다.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1.5배’(TSLL)의 AUM은 지난달 10억달러를 돌파했다. 올해 초만 해도 AUM이 1억달러를 밑돌던 상품이다. TSLL은 테슬라 주가 등락률을 1.5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다. 테슬라 주가가 상승세를 탈 때 레버리지 효과로 수익률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올해 들어 TSLL 수익률은 182%다.

‘그라나이트셰어즈 1.5배 롱 엔비디아 ETF’(NVDL)의 AUM도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뒤 AUM이 약 2억달러로 증가했다. 올해 들어 수익률은 417%를 기록했다.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기술주 주가가 치솟자, 상승장에 홀로 낙오될 것이란 공포 심리인 ‘포모(FOMO)’가 확산하면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인기를 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일 종목 인버스 ETF도 인기다. TSLL과 정반대 구조인 ‘AXS 테슬라 베어 데일리 ETF’(TSLQ)는 지금까지 1억2500만달러를 끌어모았다. 테슬라 주가를 역으로 1.25배 추종하는 ETF다.

○버퍼형 ETF도 인기

하락장에서 손실을 방어할 수 있는 버퍼형 ETF 수요도 확대됐다. 버퍼형 ETF는 수익과 손실을 보전해주는 상품이다. 그간 시장에 나온 버퍼형 ETF 중 가장 대중화된 상품의 손익 범위는 15% 정도로 설정돼 있다. 손실 폭을 제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대신 상승 폭에도 한계가 있다는 단점이 있다.

버퍼형 ETF는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버퍼형 ETF는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 109억달러(약 13조8000억원) 불어났다. 전년(41억달러)의 두 배 이상으로 급성장했다.

올해 상반기 들어서도 46억달러의 자금이 버퍼형 ETF로 유입됐다. 지금까지 121개 버퍼형 ETF가 총 260억달러를 운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투자 손실을 100% 보전해주는 새로운 형태의 ETF도 등장했다. ‘이노베이션 에쿼티 디파인드 프로텍션 ETF’(TJUL)는 S&P500지수를 추종하지만 수익과 손실의 범위를 제한해 투자 안정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설계돼 위험 회피 성향 투자자의 관심을 끌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