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동면 주민들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영향"…기상청 "내륙에 바람 적고 일사 강해"
외출 자제, 사람 구경 힘들어…쉼터 315곳 운영·생수통 240개 비치 폭염대책
[르포] 이젠 '여프리카'…연일 '전국 최고 기온' 찍은 여주 거리 한산
"이쯤 되면 '여프리카'(여주+아프리카 합성어)로 불려야 하지 않나요?"
지난달 말부터 전국을 휘감은 무더위가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11일째 폭염 특보가 내려진 3일 오후 경기도 여주시.
여주시청 앞에서 만나 한 시민은 "'대프리카'로 불리며 국내에서 대표적인 폭염 지역으로 알려진 대구를 제치고 최근 며칠 여주시가 '전국 최고기온'을 기록했는데 어떻게 지내시느냐"는 질문에 "요즘 더워도 너무 덥다"며 한 말이다.

폭염특보가 열흘 넘게 이어지면서 자동기상관측장비(AWS) 측정 기록으로 1일 점동면이 38.4도, 2일 금사면이 38.8도까지 치솟았다.

다만 수도권기상청은 금사면에 설치된 AWS 장비에서 관측된 기온의 경우 폭염특보에 활용하지 않은 참고용 자료로 쓰고 공식 기록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금사면 AWS가 면사무소 옥상에 설치된 데다 에어컨 실외기의 영향 등을 받는 장소에 설치돼 이 지점에서 측정한 기온은 공식 기록으로 삼지 않는다는 것이다.

[르포] 이젠 '여프리카'…연일 '전국 최고 기온' 찍은 여주 거리 한산
최근 일별 '전국 최고기온'을 찍은 지역은 ▲ 7월 29일 경북 경산 하양 38.1도 ▲ 7월 30일 경기 안성 고삼 38.9도 ▲ 7월 31일 경기 여주 점동 37.2도 ▲ 8월 1일 여주 점동 38.4도 ▲ 2일 강원 강릉 37.8도였다.

수도권기상청에 따르면 여주시에서는 금사면과 점동면의 낮 최고기온은 ▲ 7월 29일 금사 38.7도, 점동 37.7도 ▲ 30일 금사 38.5도, 점동 38.1도 ▲ 31일 금사 37.1도, 점동 37.2도 ▲ 8월 1일 금사 37도, 점동 38.4도 ▲ 2일 금사 38.8도, 점동 37.5도로 기록됐다.

푹푹 찌는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여주 시내 거리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내리쬐는 햇볕을 피해 시민들이 외출을 자제해 거리에서 사람 구경을 하기 쉽지 않았는데, 행인들은 대부분 양산을 쓰거나 선글라스를 쓰고 걷고 있었다.

뙤약볕에 달궈진 도심 아스팔트에서는 잔뜩 습기를 머금은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시내 카페에서 만난 한 시민은 "더운데 바람도 안 부니 조금만 걸어도 이마에서 땀이 흐른다"라고 했다.

시청 인근의 창동 여주한글시장에서도 손님 모습을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르포] 이젠 '여프리카'…연일 '전국 최고 기온' 찍은 여주 거리 한산
낡은 파라솔 밑에 앉아 채소를 다듬던 한 노점 할머니(77)는 "여주가 이렇게 안 더웠는데 올해는 유별나게 더운 거 같아"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여기가 손님이 많이 다니는 골목인데 덥고 휴가철이라서 그런지 손님이 통 없다"라고 힘겨워했다.

비슷한 시간 점동면 청안1리 무더위쉼터(경로당)에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10여명이 모여 있었다.

60~90대 어르신들은 에어컨과 선풍기를 켜 시원하게 실내 온도를 유지한 채 쉬고 있었다.

여주시는 더위에 약한 취약계층을 위해 경로당과 마을회관 등 315곳을 무더위쉼터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또 여흥동 버스터미널과 중앙동 홍문사거리 등 유동 인구가 많은 10곳에 하루에 240개의 생수통(350㎖)도 비치해 시민들이 잠시라도 열기를 식힐 수 있게 하는 등의 폭염 대책을 시행 중이다.

[르포] 이젠 '여프리카'…연일 '전국 최고 기온' 찍은 여주 거리 한산
여주의 낮 기온이 연일 '전국 최고'를 기록하며 전국에서 가장 더운 곳으로 알려지면서 그 원인에 대한 관심도 쏠리고 있다.

이날 낮 점동면 마을회관에서 만난 시민들은 "기온 측정장비가 있는 점동면 청안1리 마을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형태인데 바람까지 불지 않으면 여름철에 기온이 급격히 오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기상청 관계자는 최근 여주지역 기온이 높은 것에 대해 "내륙은 해안가보다 해풍 영향이 적어 기온이 오르는 경향이 있고, 바람과 구름이 없는 상태에서 일사가 강하면 뜨거운 공기가 쌓이는 등 복합적인 요소가 기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