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서 '미 신용등급 강등' 피치 비판 비등…골드만 "새 정보 없어" 지적도
JP모건 다이먼 "차입비용 결정하는 건 신용평가사 아닌 시장"
신용평가사 피치의 미국 장기 신용등급 강등과 관련, 미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월가 인사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다이먼 CEO는 2일(현지시간) 미 CNBC 방송 인터뷰에서 "(궁극적으로는) 정말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면서 대출 금리를 비롯한 차입 비용을 결정하는 것은 신용평가사들이 아니라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나라들이 미국·미군에 의해 조성된 안정성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일부 국가의 신용등급이 미국보다 높은 상황에 대해 "터무니없다"면서 "미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번영하고 안전한 나라다"고 지적했다.

피치는 전날 미국의 장기 신용등급(IDRs·장기외화표시발행자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다.

3대 국제 신용평가사 가운데 한 곳이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한 것은 2011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이후 12년 만으로, 피치는 "향후 3년간 예상되는 미국의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부담 증가, 거버넌스 악화 등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아시아를 시작으로 유럽·미국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에서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전장보다 2.17% 빠지고 S&P 500지수(-1.38%) 역시 4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다이먼 CEO는 신용등급 하향의 근거가 된 미국 부채한도 협상과 관련해 "부채한도를 없애야 한다.

이는 민주·공화 양당에 의해 시장에 불확실성을 만드는 방향으로 사용됐다"고 평가했다.

또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가계·기업의 경제활동이 견조하고 실업률도 낮으며 대차대조표도 건전하다면서 "매우 좋다.

우리가 침체로 들어가더라도 말이다"라고 말했다.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수석 정치분야 이코노미스트 앨릭 필립스는 피치가 미국 정부의 재정 상황에 대한 새로운 정보에 근거해 신용등급을 내린 게 아닌 만큼 시장 여파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주요 미 국채 보유자 가운데 이번 신용등급 하향으로 국채를 매각해야만 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면서 "금융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향후 몇 년간 미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가량 될 것이라는 피치의 전망은 골드만삭스와 비슷하다"면서 "등급 하향은 새로운 정보, 재정 전망에 대한 주요한 의견 차이 등을 반영하는 게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미 국채는 (단순한 AAA 등급 정부 채권이 아니라) 매우 중요한 자산군"이라면서 피치가 신용등급 상한으로 작용하는 '컨트리 실링'(Country's Ceiling)을 조정한 것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컨트리 실링을 하향했으면 미국 기관들이 발행한 다른 AAA 등급 채권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쳤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웰스파고의 크리스 하비는 "2011년 S&P의 등급 하향 때와 비슷한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 "여파가 비교적 짧고 얕은 수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뿐만 아니라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과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 노벨상 수상자로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폴 그루그먼 등도 비판 의견을 낸 바 있다.

다만 모비어스 캐피털 파트너스 공동창업자인 마크 모비어스는 이번 일로 투자자들이 미국 채권·달러 투자 전략을 재점검할 것이라고 보는 등 주의를 당부하며 신중론을 펼치는 일부 견해도 상존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