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연의 세대공감] '시니어 시장'은 없다…중요한 건 나이가 아니라 '세대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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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연의 세대공감] '시니어 시장'은 없다…중요한 건 나이가 아니라 '세대 특성'](https://img.hankyung.com/photo/202308/07.29699624.1.jpg)
고령화 시대에 맞춰 10여 년 전부터 많은 학자와 컨설턴트가 이를 강조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 실체가 뭔지, 도대체 그 시장은 언제 열리는지 알 수가 없다. 진실을 말하자면, 이미 시장은 열려서 엄청난 소비자가 등장했는데 ‘시니어’ ‘실버’라는 단어에 갇힌 ‘젊은 마케터’와 이들을 그저 ‘어르신’ 정도로 생각하는 경영자들이 그 시장을 못 보고 있는 것이다.
진짜 시니어 시장에는 ‘시니어’ ‘실버’라는 단어 자체가 붙지 않는다. 중요한 건 연령이 아니라 ‘코호트’, 즉 해당 연령대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동시대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적 경험이기 때문이다.
![[고승연의 세대공감] '시니어 시장'은 없다…중요한 건 나이가 아니라 '세대 특성'](https://img.hankyung.com/photo/202308/AA.34134128.1.jpg)
지금 60대, 70대가 과연 예전의 어르신들과 같은가? 어느 정도 소득과 자산이 있는 이들 세대는 명품을 즐겨 찾고, 자신이 좋아하는 트로트 가수를 위해 ‘조공’을 하고 ‘덕질’을 하며 2030의 ‘덕질’과는 비교도 안 되는 지출을 하기도 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노인 빈곤층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많다고는 하지만, 이는 복지와 사회 안전망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마케터나 기업인들이 고민하는 ‘시장 영역’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얘기다.
이제 코호트 얘기를 해보자. 그 어느 세대보다 열심히 살며 한국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끌어낸 이들 세대, 자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왔던 이들 세대가 드디어 자신을 위한 소비를 시작했다. 심지어 이들 세대의 다수는 꽤 큰 부를 축적하기도 했고, 여전히 건강하기도 하다. 이런 세대 특성, 이른바 코호트를 이해해야 진짜 시장이 보인다. 현재의 40대 남성은 아마 20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키덜트적 속성’을 간직한 채 10대부터 즐기던 게임, 애니메이션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각종 제품 및 서비스에 돈을 쓸 것이다. ‘70대 이상 어르신들이 그 나이가 되면 필요한 게 뭘까’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각 세대가 실제 어떤 경험과 기억을 지니고 무엇에 열광하며 돈을 쓸지 그 세대 특유의 속성을 파악하는 것부터 출발한다면 진정한 시장이 보일 것이다.
최근에는 수명이 길어지는 현상과 맞물려 일할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을 유지하면서 일터를 지키는 80대, 이른바 ‘옥토제너리언’도 선진국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소득이 있는 곳에는 세금이 있다’고 했던가. 한 가지 명제를 추가하자. 소득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소비가 있고, 시장이 열린다.
고승연 <우리가 싸우는 이유: MZ세대는 없다> 저자·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